정부가 이달 초 외교안보 라인을 대거 교체한 가운데 북한 선전매체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출신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만 콕 집어 “기대가 많다”는 평가를 내놓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비판하면서 이 두 사람이 이 같은 문제에 맞서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대표적 ‘대북통’으로 분류되고 새 외교안보 라인의 ‘투톱’으로 꼽히는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4일 남측 인터넷 매체인 자주시보의 논평·수필란에 실린 글을 부분 게재하고 “이번 인사에서 이인영·임종석 두 사람에게 거는 기대도 많다”는 문장을 인용했다. 이어 “두 사람이 다 ‘한미워킹그룹’ 문제에 비판적인 말들을 한 상황이라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며 “‘우리민족끼리’의 철학과 ‘미국에 맞설’ 용기를 내야 한다” “한미워킹그룹, 사드(THAAD), 한미연합훈련 싹 다 없애라고 해야 한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조사를 인용해 남한 각계가 정부에 자주적인 태도를 갖고 친미사대 근성을 버릴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통일의 메아리’는 이날 세 꼭지를 할애해 대학생진보연합과 8·15민족자주대회 추진위원회, 부산 시민단체 등의 한미워킹그룹 해체 및 주한미군 철수 촉구 기자회견 내용을 전했다.
북한이 임 특보, 이 후보자만 굳이 거론한 것은 이들이 한미동맹·한미워킹그룹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에 그나마 부정적인 남측 인사들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후보자는 전대협 초대 의장, 임 특보는 3기 의장이었다는 점에서 기대를 더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자주·민주·통일의 기치를 높이 들고 싸웠던 학생운동조직 ‘전대협’ 의장 출신들이기에 거는 기대”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국이 책임 없는 선전매체에 대해 일일이 다 평가하는 것은 격에도 맞지 않고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없다”며 “언론에서는 ‘찌라시’를 평가하고 보도하느냐”고 따져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