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검경 수사권 갈등의 대표 사례로 꼽혔던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이 피고발인 검사에 대한 경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다. 경찰이 불법포획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 일부를 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한 유통업자에게 검사가 되돌려줘 전관예우 의혹이 제기됐으나, 경찰이 범죄 혐의점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울산지방경찰청은 고래고기 환부 사건과 관련해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된 A검사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울산지검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A검사는 당시 유통업자에게 고래고기를 돌려주라고 한 당사자다. 전관예우 의혹을 받았던 울산지검 검사 출신 변호사 B씨에 대해서도 무혐의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사건은 2016년 4월 경찰이 범죄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 27톤 중 21톤(30억원 상당)을 검찰이 유통업자들에게 되돌려주자 불거졌다. 고래 보호 단체가 2017년 9월 A검사를 고발했고, 경찰은 고래고기 불법 포획 여부를 판정하기 위한 고래 DNA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 검찰이 유통업자에게 되돌려 준 것이 부적절했던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이후 유통업자들이 압수된 고래고기를 돌려받기 위해 해양 분야를 담당했던 전직 검사 B씨를 변호사로 선임하고, 허위 유통증명서를 발급한 정황을 포착했다. 하지만 검찰은 B씨에 대한 각종 영장 발부를 기각했고 A검사도 이 과정에서 경찰 소환에 불응하고 해외연수를 떠나 경찰은 검찰의 수사 비협조를 비판했다. 또 검찰은 사건과 관련해 사실상 고래 DNA 분석으로는 고래 불법 포획 여부를 확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세미나를 두 차례 열어 검경 갈등이 고조됐었다.
이후 사건은 지지부진하다가 A검사가 2018년 12월 귀국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는 듯했으나 A검사가 ‘환부가 정당했다’는 취지로 서면답변서를 경찰에 제출한 이후 진척을 보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유통업자 5명만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에 최선을 다했으나 범죄 혐의를 입증할 만큼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경찰 내 대표적인 수사권 독립론자인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국회의원) 재임 기간 진행되면서 검경 갈등 사례로 꼽힌다. 이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또 다른 검경 갈등 사례인 ‘울산 경찰 피의사실 공표’ 사건도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피의사실 공표 사건은 울산 경찰이 지난해 1월 허위 면허증으로 약사 행세를 한 30대를 구속했다는 언론 보도자료를 낸 것을 두고 검찰이 수사 중인 것이다. 검찰은 보도자료를 낸 울산경찰청 경찰관 2명을 입건했으며 지난달 소환 조사했다. 공교롭게도 해당 경찰관들은 고래고기 환부 사건 담당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