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AI에 인사 맡겼더니…'3시간 출퇴근 지옥' 탈출한 구 과장

[국민은행 "AI가 직원인사"]

디지털금융 서비스 한계 벗고

적재적소 인력 배치 'HR 혁신'

신한銀 등도 'AI 채용' 구체화




# 신도시에 거주하는 KB국민은행 과장 구모씨는 2년 전 서울 중구의 한 영업점에 발령 받아 근무했던 기억만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교통체증이 심한 출근 시간을 피하려면 오전5시에 기상해야 했고 퇴근 시간에는 2시간여씩 버스 안에서 갇혀 있어야 했다. 최근 새로 발령을 받아 지난 13일부터 출근하기 시작한 영업점은 거주지에서 불과 도보 10분 거리. 업무 집중도부터가 달라졌다. 기업금융 업무를 하고 싶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동안 맡았던 자격증과 관련 없는 가계여신 업무에서 벗어나 기업금융 부서에 배치됐다.

최근 국민은행이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기반의 인사 단행을 한 뒤 달라진 모습이다. 국민은행이 하반기 인사대상자 1,100여명을 AI로 이동·배치한 뒤 직원들의 만족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15일 국민은행 인사담당자는 “AI 인사를 통해 공정성과 투명성이 강화됐고 직원들의 신뢰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전했다. 이어 “AI를 통해 업무 경력뿐만 아니라 출퇴근 거리까지 감안해 근무지를 배치하다 보니 원거리 출퇴근 인사발령은 국민은행에 더 이상 없다”며 “그동안 인사 이후 제기되곤 했던 지연·학연 등에 따른 인사 결과라는 억측과 오해들도 사라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해당 직무에 필요한 필수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을 AI가 자동 배치하는 방식도 도입됐다. 자연스럽게 업무 효율성 역시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국민은행의 AI 인사는 금융권에 몰아닥친 디지털 혁신의 하나로 금융서비스뿐만 아니라 내부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에서 도입됐다. 금융권 전체에 다양한 AI 금융서비스와 디지털 금융상품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내부 혁신에는 둔감하다는 자성도 한몫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임직원 전체가 디지털 체질을 장착하기 위해 인사(HR) 부문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올해 경영목표를 ‘투명하고 공정한 KB’를 제시한 점도 AI 인사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허 행장은 “과거의 관리, 통제 중심 HR에서 공정·투명성 아래 개방적이고 분권화된 ‘열린 HR’로의 진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HR플랫폼 구축사업을 강화하면서 AI 인사 시스템을 고도화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된 것도 AI 인사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1만7,0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효율적이고 정확한 인사 배치를 위해 HR플랫폼을 강화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디지털 체질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조직 인사에 AI가 도입되면서 파장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상담 서비스 차원에서 챗봇 수준의 AI를 접목시켰던 금융권은 앞으로의 조직 체질 개선에도 AI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보다 ‘한발 늦었다’는 위기감도 생겨나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주요 시중은행의 AI 활용은 금융상품서비스와 채용 부문에 집중돼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AI형 상담 시스템 기능을 향상시키고 있고 하나은행은 AI알고리즘을 이용한 해외송금 서비스 ‘Hana EZ’를 내놓았다. 농협은행은 불완전판매 검증에 AI 기술을 융합시켰다. 앞으로 이들 은행은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등에 AI 기술을 적용한 금융서비스를 개발하는 한편 복잡한 은행업무 프로세스를 단순화하는 작업에 AI 기능을 고도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채용과정에서도 AI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 AI를 통해 면접자의 표정과 대답 등을 분석, 면접관 참고 자료로 활용 중이고 신한은행도 AI채용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AI가 면접 당락을 결정짓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디지털 혁신의 일환으로 채용·인사에 종합적인 검증 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AI 인사를 포함한 채용이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된다는 점에서 기업의 인사업무 부담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는 “AI의 안정성만 보장된다면 효율성 면에서도 AI 인사·채용은 반길 만한 일”이라며 “은행권이 채용비리로 신뢰를 잃었던 점도 상당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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