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제조·판매업자와 위탁판매계약을 맺고 백화점 매장에서 제품을 판 관리자들에 대해 대법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출퇴근 확인이나 휴가 사용 등 전반적 근태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받는 돈도 일정하지 않다는 이유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모씨 등 백화점 매장관리자 35명이 삼성물산(구 제일모직)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1·2심 모두 원고에 대해 패소 판결한 바 있다.
최씨 등은 지난 1999년부터 삼성물산과 위탁계약을 맺고 백화점 매장을 관리하며 삼성물산이 공급하는 의류를 판매하는 일을 했다. 이들은 삼성물산의 실질적 지휘감독 아래 일했다며 1인당 900만~2억7,000만원의 퇴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삼성물산이 판매할 상품의 종류와 수량·금액을 정해줬고, 원하면 재고 내역도 보고해야 했다는 점 등을 들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물산과 매장관리자 간 관계를 종속적이라 판단하고, 근로자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최씨 등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측이 매장관리자의 출퇴근 시간 확인 등 근태 관리를 하지 않았고 징계권도 행사하지 않았다”며 “위탁판매계약에 따라 받은 수수료도 상·하한이 없어 상당한 편차가 있어 고정적 급료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매장 판매가격을 통제하고 매장 간 재고 물품을 이동시키기는 했지만 이는 개인사업자인 대리점주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