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과 이른바 ‘힙한’ 동네 유명 맛집의 콜라보 상품이 젊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직접 시간을 내 찾아가지 않더라도 인근의 편의점에서 SNS 등을 통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개성있는 상품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19로 인해 해외는 물론 국내 지역간 이동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전국 유명 동네 맛집의 콜라보 상품 인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CU는 이달 초 업계 단독으로 출시한 을지로 커피 명소인 카페 ‘호랑이’의 시그니처 메뉴인 ‘호랑이라떼’ 매출이 전주 동기 대비 118% 오른 수치를 보이며 단숨에 CU의 냉장커피(컵커피) 카테고리 매출 10위권 내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SNS와 인터넷 카페를 통해 해당 상품의 구매 후기나 인증샷 등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등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는 마치 을지로 카페 호랑이를 방문한 것처럼 인증샷을 SNS에 올리기도 하고, 일부 고객들은 “이걸 사러 몇 군데를 돌아다니는 건지”라는 글과 함께 구매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서울에 위치한 카페 호랑이를 방문하는 데 접근성의 한계가 있었던 지방에서 인기가 더욱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CU에서 선보이는 호랑이라떼는 상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카페 호랑이의 이세준 대표가 직접 레시피 개발부터 컵 디자인까지 참여했다. 특히 제조사인 동원F&B는 호랑이라떼의 맛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커피 음료와 완전히 차별화된 원두 혼합비, 로스팅 및 추출법을 반 년 넘게 연구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상품들의 인기가 기존 주류 상품의 위치까지 넘보고 있다.
GS25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유어스타이거슈가흑당밀크티’ 올해 상반기 GS25가 판매하는 100여종의 냉장 유음료 상품 중 매출 1위에 올랐다. 오랜 기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던 ‘매일바리스타에스프레소라떼250’를 2위로 밀어낸 것이다. 편의점 자체상표(PB) 음료가 대형 제조업체 브랜드(NB) 음료를 누르고 매출 1위에 등극한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유어스타이거슈가흑당밀크티는 GS25가 대만의 밀크티 전문 브랜드인 타이거슈가와 제휴해 전용 매장에서 사용되는 대만산 흑당과 사탕수수를 끓인 즙을 최적화된 비율로 섞은 시럽이 사용 된 냉장 유음료다. 국내 출시된 밀크티 상품 중 가장 높은 원유 함유량(60%)으로 단맛과 부드러운 맛이 잘 조화됐다는 평가다.
코로나發 국내외 이동 제약에
젊은 고객들 “감성 대리 충족”
구매후기·인증샷 등 인기몰이
세븐일레븐도 지난 5월 베트남 대표 카페 브랜드 ‘콩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코코넛 스무디커피’를 소프트 아이스크림으로 구현한 ‘코코넛소프트’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코넛소프트는 출시 직후 SNS 등을 통한 입소문을 통해 지속적인 재구매가 이뤄지고 있고, 7월 들어 매출도 출시 시점 대비 12.8% 증가했다.
이외에도 세븐일레븐이 전국 5대 짬뽕 맛집으로 알려진 경기도 평택의 송탄 ‘영빈루’와 함께 내놓은 ‘세븐셀렉트 송탄영빈루’ 시리즈와, CU가 45년 전통의 양평서울해장국과 손잡고 내놓은 가정식 양평 서울 국밥시리즈, GS리테일이 중식대가이자 연남동 유명 식당인 진가를 운영하는 진생용 셰프와 컬래버해 출시한 진가쭈꾸미짬뽕 등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편의점 콜라보 상품의 높은 인기에 대해 코로나 19로 인해 해외는 물론 국내 지역간 이동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에 이러한 편의점 상품이 젊은 고객들의 감성을 대리 충족 시켜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재형 GS리테일 냉장 유음료 MD는 “대만 현지와 서울·경기 지역의 일부 타이거슈가 매장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유명 음료를 전국 1만4,000여 GS25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PB 유음료로 매출 1위를 차지하게 된 비결”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여행과 유명 맛집을 찾아가는 게 어려워진 상황에서 현지의 맛을 즐길 수 있게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정승욱 BGF리테일 MD 기획팀장도 “기존 편의점들이 대형 제조사와 협업해 차별화 상품을 개발했었다면 최근에는 전국 각 지역의 유명 맛집들과의 제휴를 시도하고 있다”며 “상품 기획이나 개발 과정이 기존보다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들어가지만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관련 상품 출시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