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들을 겨냥해 보유세 부담을 크게 높이면서 서울 강남의 1주택자보다 비조정지역인 지방의 2주택자가 더 많은 보유세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과표인 공시가격은 서울이 지방 2채보다 높지만 보유세는 지방 2채 보유자가 더 내는 셈이다. 지방의 경우 집값 상승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징벌 과세’의 부담이 훨씬 크다는 지적이다.
16일 서울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비조정지역인 대구 수성구의 2주택자와 서울 송파구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 추이를 비교해본 결과 올해부터 두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 차이가 역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때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7·10대책에 따른 인상분이 반영되는 내년에는 차이가 더욱 커지게 된다. 세율은 조정대상지역 해당 여부를 기반으로 중과 여부가 정해지는데 대구 수성구의 경우 투기과열지구지만 조정지역으로는 지정되지 않았다.
시뮬레이션 결과 대구 수성구 수성동의 동일하이빌레이크시티 전용 163㎡(공시가 7억4,300만원)와 인근의 수성3가 롯데캐슬 전용 121㎡(7억3,000만원) 두 채를 가진 경우 올해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을 합친 총 보유세는 874만원 수준이다. 반면 이 두 채를 합친 것보다 공시가가 1억원 이상 비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용 82㎡(16억5,000만원) 1채를 가진 경우 올해 837만원만 내면 된다.
지난해에는 대구 2채 보유세가 662만원, 서울 잠실 1채 보유세가 793만원으로 서울 1채 소유자가 100만원 이상 더 내야 했지만 올해 역전이 나타난 것이다. 올해부터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금 격차가 내년에는 더 커진다는 점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내년에는 대구 2채 1,262만원, 서울 송파 1채 1,112만원으로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정부가 7·10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대폭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 원안대로 통과되면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에 대한 세율이 1.2%에서 6.0%로 상승한다.
세무 업계에서는 정부가 집값 상승의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까지 일방적으로 ‘징벌성 세금’을 물리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울의 ‘똘똘한 한 채’ 가격 상승률이 지방 여러 채보다 높은데도 지방에서 두 채를 가졌다고 세금을 더 내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집값 상승 기대가 크지 않은 지방의 경우 보유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어 오히려 주거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우 팀장은 “다주택자를 규제하기 위해 세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작용인 셈”이라며 “대구 외에 지방 광역시 등에서 다주택을 보유한 경우 세 부담이 늘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