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동학개미 의욕 꺾어선 안된다" 文 지시에…금융세제 개편되나

연기·과세기준 조정 검토할 듯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금융세제 개편안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지시함에 따라 금융세제 개편안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는 2022년으로 예정된 금융투자소득 도입 시기를 연기하거나 금융투자소득 과세 기준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예측하는 시각이 나온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거나 금융세제 개편을 전면 보류하는 방안도 흘러나오고 있으나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번 금융세제개편안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시기에 주식시장을 떠받쳐온 개인투자자들을 응원하고 주식시장 활성화에 목적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5일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2023년부터 국내 상장주식으로 2,000만원 넘게 번 개인투자자들은 2,000만원을 뺀 나머지 양도차익에 대해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내게 된다. 대신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농어촌특별세 포함)는 2022~2023년에 두 단계에 걸쳐 0.1%포인트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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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소득을 과세하는 이번 방안에 대해 동학개미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크게 나왔다. 기본공제 2,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양도차익에 대해 20%(3억원 초과분은 25%)에 달하는 세금을 새로 물게 되는 부분을 증세로 본 것이다. 일례로 원금 7,000만원을 투자해 3,000만원의 수익을 올린 뒤 전량 매도한다면 2023년부터는 1억원에 해당하는 거래세 15만원과 양도소득세 200만원을 내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거래세가 일부 줄어들기는 하지만 양도세 200만원이라는 부담을 새로 지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이번 금융세제 개편은 ‘세수 중립적’이어서 증세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95%에 달하는 투자자는 세 부담이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전체 주식투자자 약 600만명 중 95%인 570만명의 금융투자소득이 연 2,000만원이 넘지 않아 과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는 기본공제 2,000만원을 넘어서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대다수는 스스로의 손익이 2,000만원을 넘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므로 세제 개편에 반감을 갖고 있으나 세정 당국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2,000만원을 넘는 사람이 많지 않으므로 세금을 더 내는 사람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문 대통령의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는 발언은 금융소득과세 시행 시기를 일정 기한 연기하거나 금융투자수익 과세 기준선을 올리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과세 대상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온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제시된 문제점을 보완해 내주 중 정부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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