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원금을 투자자에게 전액 반환하라고 권고하면서 주요 판매사인 우리·하나은행이 세 가지 선택지 앞에 섰다. 수용하자니 ‘배임’에 해당할 수 있고 불수용하자니 여론, 금감원과의 관계 등이 눈에 밟힌다. 이에 시한 연장을 요청하며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①시한 연장 요청해 여론 살필 가능성=우선 금감원은 지난 7일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하고 판매사에 전액 반환을 권고했다. 판매사는 27일까지 ‘수용’ ‘불수용’ ‘연기 신청’을 해야 한다. 금감원은 분조위 결정에 따라 조정절차가 원만하게 이뤄지면 최대 1,611억원의 투자원금이 반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판매사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650억원, 하나은행이 364억원으로 은행만 1,000억원이 넘고(1,014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신영증권이 81억원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연장 신청이다. 법률자문 등을 받을 시간이 필요하고 여론 등 제반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 다만 금감원이 여러 차례의 연장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5번의 신청을 받아들였지만 은행이 결국 불수용을 택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처럼 피해자에게 ‘희망고문’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②배임 우려에 불수용=은행이 불수용 의견을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 은행도 ‘깡통펀드’였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 책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현행법상 판매사가 펀드의 운용사항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것은 금지돼 억울한 측면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금 전액을 반환하면 이사회 구성원들이 은행에 불필요한 손실을 끼쳤다며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앞으로 사모펀드 관련 분쟁조정이 이어질 텐데 전액 반환 선례를 남김으로써 은행이 계속해서 부담을 질 수 있는 점도 부담스러운 점이다.
이렇게 되면 본격적인 소송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분조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법원을 찾는 것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무역금융펀드에 관련된 피해자는 500명, 법인은 58개사다.
③대승적 차원에서 전격 수용=은행이 분조위 권고를 전격 수용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 금감원은 은행이 70대 주부를 ‘적극투자형’으로 임의기재하는 등 불완전판매 정황이 있었다고 했다. 관련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릴 텐데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분조위 결과를 수용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다만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도 우리·하나은행이 분조위 결과를 받아들였지만 제재심에서 중징계가 나와 정무적 판단보다는 원칙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