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싼샤댐




중화민국 초대 총통 쑨원은 중국 대륙 중앙부를 관통하는 창장(양쯔강)을 관리해 홍수를 예방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치수(治水)의 실현이자 근대화의 상징으로 생각했다. 그는 혁명에서 공화국 건설까지의 구상을 밝힌 저서 ‘건국방략’에서 창장에 댐을 짓자고 처음 제안했다. 쑨원 사망 이후 중국 국민당 정부를 이끈 장제스도 이 주장에 동조해 댐 건설의 타당성을 검토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중국 본토를 공산화한 마오쩌둥 역시 댐 건설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문화대혁명 등에 휘말리면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댐 건설이 구체화한 것은 덩샤오핑 집권 시기다. 개혁개방 정책으로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많은 양의 전기가 필요해지자 중국 정부는 환경오염 문제 등이 덜한 수력발전에 주목했다. 1992년 리펑 당시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창장 상류인 후베이성 이창의 협곡을 이어 싼샤댐을 만들자”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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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건설은 고려할 사항이 많은 공사여서 일사불란한 공산체제임에도 논쟁이 거셌다. 공산당 내에서 건설능력에 대한 의문과 문화재 수몰 문제 등이 제기됐다. 결국 전인대의 표결에 부쳐져 통과됐으나 대의원 2,608명 중 841명이 반대·기권표를 던졌다. 이는 전인대 역사상 찬성률이 가장 낮은 결정으로 남아 있다. 우여곡절 끝에 싼샤댐은 1994년 12월 건설에 들어가 15년 만인 2009년 완공됐다. 높이 185m, 길이 2,309m, 너비 135m에 연간 발전량 847억㎾인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 댐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최대 저수량은 393억톤으로 우리나라 소양호(29억톤)의 14배다. ‘만리장성 이후 최대 토목공사’라는 수식어답게 투입된 자금도 당초 예상의 2배가 넘는 1,800억위안(약 32조원)에 달한다. 중국 남부 지역에 한 달 넘게 쏟아진 폭우로 19일 싼샤댐이 최고수위(175m)를 10m 정도 남겨둔 164.18m까지 상승하면서 범람·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중국 당국의 부인에도 현지에서는 ‘붕괴임박설’까지 흘러나온다. 싼샤댐의 영향권에 있는 인구가 4억명에 이른다니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중국 정부의 전망이 맞기를 바란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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