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조치가 대부분 완화됐음에도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자 영국 정부가 취득세 한시인하라는 처방을 내놓았다.
21일(현지시간) BBC방송은 영국 국세청(HMRC) 집계 결과 지난달 주거용 부동산 매매 건수가 6만8,670건으로 전년 대비 31.5% 줄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4∼6월 영국의 주거용 부동산 매매 건수는 국세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달 매매 건수는 전월 대비 50% 늘어 회복세에 접어든기는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3월 말부터 슈퍼마켓과 약국 등 필수영업장을 제외한 모든 가게의 영업을 중단시켰는데 부동산중개업소도 포함되면서 부동산 매매 건수가 급감했다. 중개업소의 영업은 5월 중순부터 재개됐지만 아직 완연한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 부동산금융 등을 담당하는 게이트하우스뱅크의 폴 스톡웰은 “5월 이후에도 주택 거래 건수가 크게 회복되지 않았는데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사람들이 이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재개된 후 얼마나 많은 새로운 거래가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한국의 주택취득세에 해당하는 인지세(Stamp Duty)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기존에는 12만5,000파운드 초과 주택을 구입할 경우 단계적으로 적용하던 인지세를 8일부터 내년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50만파운드(약 7억6,000만원) 초과 주택에만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50만파운드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 인지세가 면제된다. 50만파운드짜리 주택을 구입했다면 1만5,000파운드를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50만파운드가 넘는 주택을 매입해도 기존 대비 저렴한 세율이 적용된다. 영국은 그동안 150만파운드 초과 구간에 15%의 고세율을 적용하는 한편 다주택자에게는 1주택자 인지세율에 3%포인트의 가산세율을 부과하는 등 취득세를 주요 주택정책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50만1~92만5,000파운드 주택에는 5%, 92만5,001~150만파운드 주택에는 10%, 150만파운드 초과 주택에는 12%의 세금이 부과된다. BBC는 내년에 주택 구입을 계획했던 이들이 세금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올해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면서도 이 제도가 종료된 뒤에는 수요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