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비비안에 무슨 일이… 반년만에 대표만 세번 바뀌었다

새주인 쌍방울 출신 전임 대표

각각 2주·5달 만에 교체 '진통'

이번엔 전통 비비안맨 손영섭 체제

사명서 '남영' 떼고 새출발에도

업계선 "조직원 사기 저하" 분석

손영섭 비비안 대표이사손영섭 비비안 대표이사



60년 전통의 비비안이 지난해 11월 쌍방울 그룹으로 매각된 후 잦은 수장 교체로 혼란을 겪고 있다. 반년 만에 대표 변경만 세 번째다. 체질 개선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새로운 시도라는 게 비비안의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회사 분위기 악화 등 조직원의 사기만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쌍방울그룹에 인수된 비비안은 남상수 명예회장의 2세인 남석우 전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올해 1월 말 엄용수 전 대표가 선임됐다. 엄 전 대표는 삼성그룹 전략실을 거쳐 쌍방울그룹 비서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당시 쌍방울 인사가 비비안 수장에 오른 것을 두고 국내 속옷 업체 간 시너지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취임 이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해외 진출 의사를 밝히기도 했던 엄 전 대표가 2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대표 변경 이유에 대해서 쌍방울그룹은 개인 사유라고 설명하고 넘어갔다.

그 후 수장은 이번에 물러난 이규화 전 대표가 맡았다. 이 전 대표는 쌍방울 총괄디자인 실장, 상품기획 총괄본부장, 쌍방울그룹 윤리경영실 감사 등을 역임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쌍방울그룹이 야심 차게 내놓은 그룹사 광고에까지 등장하며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다.

이규화 전 비비안 대표이규화 전 비비안 대표


그럼에도 쌍방울그룹은 비비안에 남성 대표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당시 업계에 따르면 쌍방울이 사원으로 출발한 40대의 김세호 대표를 앉혀 업계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자 비비안 역시 30~40대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비비안 내부에서 내왔다. 이와 관련 쌍방울그룹은 이규화 전 대표가 취임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수장 교체는 아니고 새로운 인물을 뽑아 공동 대표나 각자 대표 체제로 가게 될 것이라며 속옷 부문은 이 전 대표가 신사업은 신임 대표가 맡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비비안은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손영섭 대표이사의 취임을 알렸다. 이와 관련 비비안은 “원래는 각자 대표 체제로 가기로 했다”면서 “이 전 대표가 신임 손영섭 대표에게 힘을 몰아주고자 각자 대표 체제를 고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잦은 수장 교체에 대해 비비안은 매각 된 후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진통이라고 설명한다. 또 신임 손 대표는 비비안 브랜드 총괄, 부사장 등을 역임한 전통 ‘비비안맨’으로 회사의 변화를 담당하기에 누구보다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직전 두 대표가 쌍방울 출신인데 반해 1993년 남영나이론에 입사한 손 신임 대표는 비비안의 프랑스 정통 란제리 브랜드 ‘바바라’의 상품기획 및 디자인총괄을 거쳐 비비안 브랜드총괄로 근무하는 등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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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비비안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손 대표를 앉힌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면서도 “내부 직원들 사이에선 대표가 바뀌면 업무 체계, 방식 등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고 분위기도 어수선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결국 손 대표가 보여주는 실적에 따라 잦은 수장 교체의 명분이 생길 전망이다.

한편 비비안은 사명을 남영비비안에서 남영을 뗀 ‘비비안’으로 변경했다. 비비안의 CI는 ‘K-VIVIEN’ 바뀐다. 이는 대한민국 영문명 ‘Korea’의 ‘K’를 따온 것으로,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서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비비안 관계자는 “사명 변경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킬 계획”이라며 “내수시장의 오프라인 판매채널을 기반으로 유통채널을 구축해 온 비비안은 앞으로 글로벌 유통을 다각도로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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