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판타나우

2415A34 만파



2014년 6월17일 브라질에서 열린 월드컵 H조 러시아와의 첫 경기. 후반 22분 0대0 상황에서 이근호 선수가 기습적인 중거리 슛을 했다. 공은 러시아 골키퍼의 손에 잡히는 듯하더니 튕겨 올라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첫 경기 선취골의 감동을 안겨준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열린 판타나우는 면적이 22만㎢로 한반도와 비슷하다. 판타나우(Pantanal)라는 이름은 습지를 뜻하는 포르투갈어 판타노(pantano)에서 유래됐다.


브라질 하면 사람들은 대개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 우림을 떠올리지만 ‘지구의 콩팥’으로 불리는 판타나우도 세계 최대 규모의 열대 습지로 유명하다. 11월~이듬해 3월의 우기 때는 판타나우의 80%가량이 물에 잠겨 수상 동식물들의 생태계가 더욱 다양해진다. 이곳은 3,000여종의 식물을 비롯해 어류·포유류·파충류 등 15만여종의 야생 동식물이 사는 지역이어서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특히 1,000여종의 조류가 살고 있는 세계 최대의 조류 서식지이다. 유네스코는 2000년 이곳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판타나우는 야생동물의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어서 생태 관광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관광객들은 곳곳에 위치한 농장에서 사파리 투어를 하며 이제껏 본 적도 없는 야생동물을 바로 눈앞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이렇게 멋진 자연도 어떤 사람에게는 개발 대상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판타나우에서는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1,500배가 넘는 습지가 개발로 사라진다고 한다. 습지가 줄어드는 것은 생물 다양성의 감소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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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판타나우에서 산불이 계속 번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판타나우에서 발생한 산불은 3,179건에 달해 조사가 시작된 1998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에 산불까지 겹치면 습지가 제아무리 크더라도 감당하기 어렵다. 이미 지구의 허파가 개발로 신음하고 있는 데 더해 지구의 콩팥까지 손상을 입으면 지구는 돌이키지 못할 중병에 걸릴 것이다.

한기석 논설위원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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