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슬기로운 산림경영

박종호 산림청장

박종호 산림청장박종호 산림청장



올여름도 어김없이 덥고 습한 무더위가 찾아왔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6월은 평년 같은 달 기온보다 1.6도 높아 지난 1973년 이래 가장 더웠던 것으로 기록됐다. 북극권 인근 지역에서는 기온상승으로 인한 지반침하로 발전소 기름이 대량 유출되는 참담한 사고가 일어났다. 바야흐로 ‘기후위기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최근 ‘슬기로운’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초등학교의 ‘슬기로운 생활’ 교과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모 방송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인해 더욱 낯이 익다. ‘슬기’는 사리를 바르게 판단하고 일을 잘 처리해내는 재능을 말한다. 전 지구적으로 이른바 슬기로운 기후대응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인류도 방어전략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파리협정에 따라 모든 국가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중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확정해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특히 유럽은 오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유럽 그린딜’을 야심차게 발표하고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하나씩 꺼내놓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림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6.4%인 4,57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 2050년께에는 이 흡수량이 지금의 30% 수준으로 줄어든다. 산림녹화의 부흥기였던 1970~1980년대 심은 나무들이 점차 고령화되면서 흡수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60년 이상의 나무들이 현재 10%에 불과하지만 2050년께에는 70%로 늘어나는 것이다. 불균형한 영급(나무를 나이에 따라 나누는 등급)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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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과거의 산림녹화 성공을 뒤로하고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 자란 나무를 수확한 국내산 목재를 다방면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목재친화형 도시 시범모델을 조성하는 것은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산림의 67%를 차지하는 사유림 산주를 산림경영의 확실한 주체로 육성해나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산림청이 계획하는 임업직불제를 통해 산림을 성실히 경영하는 임업인과 산주를 든든히 지원하게 되며 고령화 등으로 산림경영이 어려운 사유림을 국가가 매입하기 위해 내년부터 도입될 분할형 사유림 매수제도는 사유림 경영의 새로운 활력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산림은 그냥 두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산림이 제공하는 다양한 공익적 가치가 최대한으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산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인류의 최대 난제로 부상하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탄소흡수원인 산림을 슬기롭게 경영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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