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용산정비창 부지 용적률을 높여 1만가구 이상을 짓기로 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용적률 상향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또 경기도 안양교도소와 의왕 서울구치소를 이전한 뒤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당초 논의했던 공급대책이 하나둘 제외되자 정부가 기존 입장도 바꾸고, 수도권 가용택지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24일 열린 공급대책 회의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남춘 인천시장도 참석했다.
"용적률 상향" 돌연 입장 바꾼 정부
참석자들은 이날 서울 등 수도권 신규택지 발굴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택지와 관련해서는 뉴서울·88CC 등 정부 소유의 골프장과 안양교도소, 의왕 서울구치소 등도 후보 대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다양한 곳을 여러모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주택공급과 관련해서는 태릉골프장을 최우선 선택지에 올려놓은 가운데 용산정비창 용적률 상향도 검토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 “(용산정비창 주택공급 방안에 대해) 용적률을 올리는 문제가 합의된다면 조금 더 많은 주택이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앞서 용산정비창 용적률 상향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바 있다. 용산정비창은 당초 8,000가구 수준으로 계획됐었는데 용적률이 상향되면 총 1만가구 이상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그만큼 마음이 급한 상황”이라며 “총량을 늘려야 하니 기존 입장을 계속 번복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부족한 서울 주택공급 대안은…
현재 논의 중인 내용을 보면 서울 공급 방안의 핵심은 군 소유의 노원구 태릉골프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지면적 83만㎡ 규모로 이곳에는 1만가구가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단 정부는 태릉골프장에 조성하는 주택은 청년, 신혼부부, 생애 첫 주택구매자 등을 위해 대부분 공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일반분양물량이 극히 적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계층을 위한 단지로 구성될 경우 폭넓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용산 정비창 역시 기존 8,000가구 수준에서 1만가구 이상으로 공급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용산 정비창의 용적률 확대 방안에 대해 부인한 바 있지만 최근 입장을 바꿨다.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종 상향과 용적률 확대 등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강남권에서는 4만㎡ 규모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 부지도 거론되고 있다. SETEC와 인근 동부도로사업소 등을 통합하면 7,000가구가량 공급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또 서울 내 국책연구단지 부지들도 이번에 상당수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서초구의 옛 한국교육개발원 부지, 국립외교원 부지 등이 후보 대상으로 거론된다. 또 은평구의 한국행정연구원·한국여성정책연구원 등도 지하철 3·6호선 환승역인 불광역 인근에 자리해 택지개발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국책연구단지가 다수 개발되면 수천 가구 이상 공급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또 서울 효창공원앞역·수서역 인근 등 유휴 철도 부지와 수도방위사령부 등 군 소유 부지도 각각 수백가구 공급 방안을 세우면 총량은 수천가구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공급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비사업 확대"
이렇다 보니 정부는 경기도와 인천 등으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하남 교산,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기로 이미 결정했고 신규 택지도 상당수 검토 단계에 들어간 상황이다. 신규 택지 가운데는 안양교도소와 의왕 서울구치소 등이 이번에 새로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서울 내 공급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비사업 확대”라면서 “아파트 층수 규제와 용적률 규정을 완화하면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고 공급물량을 충분히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