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마련한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령 잠정안에 일부 사이버범죄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기면서 경찰이 반발하고 있다. 시행령 잠정안은 디도스(DDos) 공격 같은 사이버 범죄를 ‘대형참사’ 유형에 포함시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경찰 측은 사이버범죄는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대형참사와 무관한데다 자신들의 수사 능력이 훨씬 월등하기 때문에 경찰이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6일 수사권 조정 관련 검찰청법 시행령 잠정안에 따르면 검찰은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제 28조에 해당하는 죄’를 수사할 수 있다.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한정했다. 구체적 수사범위를 규정한 시행령이 최근 마련됐는데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제28조에 해당하는 죄’를 대형참사에 유형에 포함시켜 이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제28조에 해당하는 죄는 ‘해킹 등을 통한 주요통신기반시설 침해죄’로 디도스 공격이 대표적이다.
경찰은 디도스 공격 같은 사이버범죄가 대형참사 유형에 포함되는 게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당초 법무부가 세월호 참사 등을 예로 들며 국민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형참사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에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사이버범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제 28조는 검찰청법 6대 범죄 중 어느 유형에도 해당이 안 된다”며 “시행령에서 이를 포함시킬 경우 (법률에서 정한) 위임범위를 일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역량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경찰이 사이버범죄를 수사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경찰 측은 “검찰의 사이버수사 전문조직은 서울 동부지검 1개에 불과하고 전담인력도 100여 명에 불과하지만, 경찰은 경찰청과 지방청에 사이버테러범죄를 전담하는 전문 수사팀이 25개고 사이버범죄 전담 인력도 2,030여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범죄는 한번 발생하면 피해가 막중해 사전 예방을 위한 모니터링과 24시간 대응 조치, 국제공조체계를 구축한 경찰이 수사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이번 시행령에 마약범죄 일부를 경제범죄에 포함시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경찰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시행령은 마약류 불법거래 등을 검찰이 수사하도록 했다. 경찰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국민보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인데 경제범죄로 포함하는 것은 지나친 자의적 해석이라고 주장한다.
검경 수사권조정 논의에 밝은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 범죄나 마약범죄 모두 검찰청법에서 규정한 6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데 검찰 의견을 청와대에서 받아준 것”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취지와 달리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가 부당하게 확대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