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의심되는 탈북민이 개성을 통해 월북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정부는 아직도 상황을 “확인 중”이라는 입장만 전했다. 만약 북한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해당 탈북민은 군사분계선을 통해 육로로 북한으로 넘어간 게 돼 경찰과 통일부, 정보당국은 물론 군 경계에 큰 구멍이 발생했다는 얘기가 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코로나19 발생의 책임을 남측에 넘기는 한편 방역을 핑계로 개성에 군대를 주둔시키기 위한 포석을 놓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2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소집해 개성시를 완전 봉쇄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통신은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법 귀향자의 상기도 분비물과 혈액에 대한 여러 차례의 해당한 검사를 진행했다”며 “악성비루스 감염자로 의진할 수 있는 석연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이에 대해 “관계부처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만약 북한 측 주장이 사실일 경우 탈북민에 대한 경찰의 거주지 신변 보호는 일반적으로 5년인 만큼 경찰 단계에서 관리 부실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또 탈북민이 북한에 도달할 때까지 사실을 몰랐거나 공개하지 않았던 통일부 등 탈북민 관계 부처도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북한 측 주장대로 그가 정말 군사분계선을 통해 넘어갔다면 이는 군 경계태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음을 시사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 역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만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번 조치가 코로나19 발생을 공식화하면서 이를 남한의 탓으로 돌리는 명분으로 삼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아울러 방역을 빌미로 국경지대인 개성에 군 부대를 주둔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진단도 나왔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북한 입장에서) 개성·금강산 지역에 군대를 배치해도 이것이 도발적 행위가 아니며 ‘방역’을 위해서라는 명분이 가능하다”며 “이제 코로나19가 시인된 만큼 세계보건기구(WHO) 등을 통한 지원을 받아도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발생이 전능한 수령의 오류가 아니라 남조선의 해악에서 비롯된 피해로 자리잡게 됐다는 것이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앞으로 평양 이남지역에 확진자가 늘어나도 한국에 책임을 물을 것이므로 남북 보건·의료협력은 ‘지원’이 아니라 일종의 ‘배상’ 형식으로 한국에 책임을 지울 것”이라며 “8월 이후 감시초소(GP) 지역 등에 총격을 가해도 ‘도발’이 아니라 ‘탈북자 차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탈북민 월북 시점을 7월19일로 밝힌 것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나 박지원 국가정보원 후보자 지명이 별로 감동적이지 않다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