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나눠먹기식 공기관 이전, 졸속으로 밀어붙일 건가

정부와 여당이 수도권 공공기관 100여곳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며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부터 2차 이전 대상 공공기관의 현황을 보고받았으며 더불어민주당도 27일 회의에서 이전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여권은 공공기관 이전을 집권 후반기의 중점과제로 삼아 연말까지 대상 기관을 확정할 예정이다.


여권은 행정수도에 이어 공공기관 이전 문제를 꺼내면서 ‘국토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1차로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됐음에도 지역 과밀화는 개선되지 못한 채 오히려 수도권 집중현상만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수도권 인구가 50%를 넘어 사상 처음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하고 말았다. 공공기관 이전이 말만 요란할 뿐 충분한 기대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금융기관의 지방이전은 글로벌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한층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지방으로 이전하는 바람에 인재를 영입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해외 투자가들로부터 외면받는 신세로 전락한 것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언제까지 해외기업 유치전에서 구경꾼으로 머물러 있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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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공공기관 이전 논의가 진정성부터 의심받는다는 사실이다. 여권은 부인하지만 부동산 대란에 따른 민심이반을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 포석이라는 의구심을 갖는 국민이 많다. 벌써 지역마다 최적의 후보지라며 알짜 공공기관을 둘러싼 유치전이 벌어지고 행정수도 이전과 맞물려 부동산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나눠주기식 이권 사업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지금은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지 졸속 사업 추진으로 국론분열을 초래하고 국력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공공기관 이전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중장기적인 청사진을 갖고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 여권이 공공기관 지방이전마저 과정과 절차를 무시한 채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그 후유증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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