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인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지식이 많은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증상 조절을 위해 강력한 약물로 변경하거나 복용량을 늘려야 하는 위험도를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윤혁·박지혜 교수팀이 2017년 4월~2019년 1월 염증성장질환클리닉에서 진료받은 16세 이상 환자 가운데 298명(궤양성 대장염 193명, 크론병 105명)을 ‘염증성장질환 지식평가도구(IBD-KNOW)’로 평가해 높은 점수군과 낮은 점수군으로 나눈 뒤 평균 14.7개월 동안 치료경과를 추적관찰한 결과다.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40세, 평균 질병기간은 35.8개월이었다. IBD-KNOW는 양석균·윤혁 교수팀이 개발한 환자용 설문문항으로 총 10개 분야(장의 구조·기능, 식이습관, 염증성장질환의 역학, 일반지식, 약제, 합병증, 수술, 생식, 백신 접종)의 24개 질문지로 구성돼 있다.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환자의 지식 수준은 흡연 여부, 질환 양상과 발견 연령 등 다른 요인에 비해 증상 조절과의 상관관계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추적관찰기간 동안 70%(208명)는 기존 약물을 썼지만 30%(90명)는 강한 약물로 바꾸거나 복용량을 늘리는 ‘가속요법(step-up therapy)’을 썼다. 환자들의 지식평가점수는 24점 만점에 평균 11.7점이었으며 22%(298명 중 66명)가 16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고득점군은 기존 약물로 증상 조절이 잘 되는 환자 비율이 높고, 면역조절제·생물학적 제제를 투여받는 환자 비율은 낮았다.
저득점군의 33%는 추적관찰기간에 강력한 약물로 바꿨지만 고득점군은 그 비율이 20%로 낮았다. 고득점군은 저득점군에 비해 고강도 약물로 바꿔야 증상이 조절될 위험도가 50% 낮았다. 염증성 장질환 관련 지식이 많고 이해도가 높을수록 부작용이 적은 저강도 약물로 증상이 조절되는 비율이 높았다.
이 질환은 평생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상태가 심하지 않으면 ‘메살라민’ 같은 저강도 약물로 염증을 조절해 증상이 없는 ‘관해’ 상태를 유도한다. 이런 약물이 듣지 않으면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등 보다 강력한 약물을 쓰는데 사용할 수 있는 종류가 많지 않고 효과가 강력할수록 부작용 우려도 큰 편이다. 스테로이드제를 비롯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는 감염·종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박 교수는 “비교적 희귀한 염증성 장질환 유병률이 최근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질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치료를 받는다면 정상인과 동일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소장·대장 등 소화관에 지속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난치성 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이며 설사·복통·혈변·체중감소 등의 증상을 보인다. 경증 단계에서 단순 장염과 혼동하거나 증상이 견딜만하다고 생각해 방치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장 협착·폐색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초기에 적극적으로 진단·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윤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고혈압과 같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인데도 초기 증상이 단순 장염과 비슷해 환자들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들이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아 증상에 잘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