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최근 주가 급등으로 전 세계 기업 시가총액 상위 10위에 진입했다. 이틀 만에 무려 720억달러(약 86조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차세대 반도체 출시 연기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TSMC는 이날 한때 대만 증시에서 9.9% 상승했다. 대만 증시에선 일일 변동 폭을 10%로 제한하고 있어 사실상 하루 기준 최고치까지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TSMC의 시총은 4,100억달러(약 489조원)를 웃돌면서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과 미국 카드사 비자를 제치고 전 세계 기업 시총 상위 10위 내로 진입했다.
TSMC가 대만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블룸버그는 “TSMC가 대만 증시 비중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면서 “TSMC 혼자서 대만 증시를 밀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현지 통화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대만 달러화 가치는 이날 1% 상승하며 2018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TSMC의 약진은 인텔의 부진과 관련이 깊다. 인텔은 지난 23일(현지시간) 2·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7나노미터 반도체 생산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며 “생산을 아웃소싱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인텔로부터 반도체 생산 수주를 받을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TSMC는 6월 한 달 동안 매출 1,208억대만달러(약 4조 9,226억원)를 기록하며 월별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데이터센터 고객의 수요가 증가한 데다 서버용 시스템반도체 생산 주문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TSMC는 지난 16일 실적발표를 통해 2·4분기 매출이 3107억대만달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약 28.9% 상승한 수치다. 2·4분기 호실적은 고성능컴퓨팅(HPC) 사업 부문이 주도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전체 매출 중 스마트폰 및 전장제품 등의 제품군 비중은 약 4∼13% 감소했지만 HPC 사업 부문은 1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에서 7나노 이하 제품군 비중은 36%를 차지하며 전년 동기(21%) 대비 15%포인트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