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1,900달러 선을 돌파했습니다. 앞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인데요. 27일(현지시간)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8%(33.50달러) 오른 1,931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1년 9월6일의 장중 최고가(1,923.70달러)를 뛰어 넘는 것인데요. 특히 이날 장중 최고가는 1,941.9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자금까지 금값 상승에 대한 이유로 대규모 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회피와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라는 분석이 제기돼 왔습니다. 이제는 좀 더 상황이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골드러시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들을 알아보겠습니다.
① 금값 상승, 백신 개발 실패 의미(?)
미 경제방송 CNBC의 대표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이날 “금의 움직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실패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주요 업체의 임상 진행과 중화항체 생성 같은 긍정적인 소식에도 코로나19 백신이 쉽게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경제활동 재개에 영향을 미쳐 결국 경기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코로나 백신의 성공적인 개발까지 걸리는 시간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물론 이날 모더나가 미국 전역의 3만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화이자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크레이머는 “모더나가 너무 장밋빛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강조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코로나19 백신의 지속기간이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고 재차 지적했는데요.
실제 완전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쉽지 않다는 분석은 줄곧 나오던 부분인데요. 금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만큼 일반적인 분석과는 차이가 있지만 금값이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돼 있다는 주장도 논리적으로는 가능해 보입니다(물론 100% 정확한 해석인지는 별개입니다).
② 달러화 약세 지속 가능성…새 시대 열린다
달러화가 추세적으로 약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해석인데요. WSJ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3월 말 102.75까지 치솟았던 달러인덱스는 현재 93.6선까지 내려왔습니다. 인덱스 수치가 높으면 주요국 통화대비 달러 강세, 낮으면 약세인데요. CNBC는 이달 초부터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4.9% 하락했고 엔화에 대해서는 2.5% 떨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신흥시장 통화인 브라질 헤알화와 멕시코 페소화마저 달러화에 각각 6% 이상, 4.9%가량 상승했다는 건데요. 엑산테의 옌스 노르드빅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준비해왔다”며 “달러가 6년 동안 강세를 보였는데 이제야 바로잡히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유로화가 단기적으로 유로당 1.2달러까지 접근한 뒤 1.3~1.35달러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달러화 약세는 금값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실제 미국 경제 전망이 좋지 않습니다. 미국이 코로나19 사망자와 확진자가 가장 많은 가운데 좀처럼 확산세가 누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또 경기부양책과 경기둔화에 따른 세수감소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연방정부 재정적자만 8,640억달러에 달합니다. 역대 최고치인데요. 이번 회계연도 9개월 동안의 적자 역시 2조7,400억달러로 사상 최대규모입니다. CNBC는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금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달러의 움직임은 통화 약세의 새 시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③ 저금리가 만들어낸 금과 주식상승, 그리고 달러화 약세
월가에서는 금가격 상승과 증시랠리, 그리고 달러화 약세가 사실상 한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로금리가 낳은 결과라는 것인데요. 넘치는 유동성에 주가는 오르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회피하기 위해 금가격이 뛰고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중 금값과 증시가 동반 상승하는 것은 모순적 측면도 있지만 달러 약세로 미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져 유리해지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달 들어 금값은 7.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4.2%가랑 상승했습니다. 배녹번 글로벌 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수석 시장전략가는 “금과 주식시장 상승, 달러화 하락은 미국 금리 하락과 상관관계가 있다”며 “나에게 그것들은 같은 내용”이라고 했는데요.
시장에서는 달러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할 예정이며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예측이 흘러나옵니다. 앞서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달러화가 35%가량 평가절하할 수 있다고 점치기도 했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