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북한에 30억달러 지원 이면합의설 진위 밝혀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과의 협상에서 경제협력 등을 위해 총 30억달러를 제공하기로 약속하는 이면합의를 했는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면합의설의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오후 서둘러 박 국정원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에 앞서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2000년 4월 당시 박 원장 등이 비밀리에 작성해 서명했다는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공개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박 원장은 후보자 신분으로 처음에는 “사실이 아니다” “기억나지 않는다” “위조문서다”라고 했다가 이날 저녁 비공개 청문회에서 “(유사한) 논의는 했지만 합의문은 작성하지 않았다”며 네 번이나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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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문건이 가짜”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 뒤 여당 단독으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강행했다. 한술 더 떠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이면합의설 문건 제보자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제보자는 신뢰할 만한 전직 고위공무원”이라며 당시 협상에 관여했던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문건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가 문건 논란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국정원장 임명을 강행했지만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박 원장이 막중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국정원장은 철저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일본 등 우방국과 중요한 정보를 교류해야 하는데 북한과의 관련설이 풀리지 않은 정보기관 수장을 어느 나라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국가 최고정보기관 수장과 관련된 의혹이므로 이면합의설의 진위를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우선 청와대가 진상을 조사해 그 결과를 조속히 발표해야 한다. 국정조사 등 국회 차원의 조사로 진실을 밝힐 수 있다. 필요하다면 특검을 도입해 진위를 가리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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