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진중권 "우리 눈에서만 사라진 비리, 국아 이게 네가 말한 '검찰개혁'이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 책방에서 열린 경제사회연구원 세미나에서 ‘한국사회를 말한다 : 이념·세대·문화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 책방에서 열린 경제사회연구원 세미나에서 ‘한국사회를 말한다 : 이념·세대·문화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을 향해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검찰총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과 관련, “검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빼앗고, 총장 권한을 법무부와 대통령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진 전 교수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만대장경이 된 검찰개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번 검찰개혁안의 비합리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검찰개혁위의 안은 매우 해괴하다”며 “검찰개혁위 방식대로 해결하면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대통령의 권한을 장관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대통령에게는 연설문 아홉 번 고쳐 쓰는 일만 맡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법무·검찰개혁위는 지난 27일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제도 개혁’에 대해 심의·의결한 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이를 고검장들에게 분산시키는 내용이 담긴 권고안을 내놨다. 내용을 살펴보면 검찰총장은 구체적인 사건에 관여해서는 안 되고, 검찰 행정·사무에 관한 일반적인 지휘권만 갖게 되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진 전 교수는 “‘검찰개혁’의 가장 큰 목표는 검찰의 정치화에 있다. 그런데 검찰을 정치적 도구화하려는 권력의 욕망에 대해선 그 동안 아무 얘기도 없었다”며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검찰개혁위 안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이 총장을 패싱하고 지검장들을 지휘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1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검찰총장이 21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 전 교수는 “문제는 지검장들은 임기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데에 있다”고 꼬집었다. 검찰총장은 임기가 보장돼 있어 함부로 좌천시키거나 자를 수 없기 때문에 외압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지검장들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검장들은 청문회도 안 거친다”며 “그러니 말 안 드는 이들 자르고, 그 자리에 이성윤처럼 실력 없이 말만 잘 듣는 어용들을 데려다 앉혀 놓을 것이다. 한동훈처럼 실력 있는 검사들은 다 한직으로 밀려나고, 엉뚱하게 한 검사장을 ‘정치검사’로 비방하는 사골 검사나 성추행 2차가해나 즐기는 변태검사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을 요직에 앉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렇게 개혁된 검찰의 모습을 미리 보여준 것이 바로 현재의 서울중앙지검”이라며 “ 이런 시스템 하에서는 결국 검찰이 장관의 정치적 주문에 따라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강행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결국 수사심의위에 발목을 잡혔다. 애초에 수사 자체가 권력에 빌붙은 이들의 ‘공작’에서 비롯됐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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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수사심의위원회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다수 의견에 따라 수사중단·불기소를 권고한 바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진 전 교수는 “(정적을 잡으려고 언론을 통해 혐의를 기정사실화 한 뒤 법무부 장관이 수사를 명하고 지검장이 사안을 처리하는 일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자기들이 만든 수사심의위도 손보겠다고 하니, 앞으로는 수사와 기소에 제동을 걸 최소한의 장치마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을 알고도 직권을 남용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오승현기자 2020.06.05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을 알고도 직권을 남용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오승현기자 2020.06.05


아울러 진 전 교수는 검찰의 독립성이 계속해서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의 방식이 어떻든 적어도 윤석열 검찰은 죽은 권력(적폐청산)과 산 권력(친문비리)에 똑같이 날카로운 칼을 들이댔다”며 “하지만 정권은 이른바 ‘개혁’을 한답시고 검찰을 다시 자신들의 개로 만들었다. 지금 서울중앙지검이 하는 짓은 권력의 청부수사, 법리를 무시한 무리한 수사와 기소, 검언유착과 공작정치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맹폭했다.

그러면서 “전보다도 나빠졌다”며 “김영삼 정권 때는 김현철이 구속됐다. 김대중 정권 때는 아들 셋이 들어갔다. 이명박 정권 때는 형님이 구속됐다. 윤 총장은 그 시절엔 수사가 비교적 자유로웠다고 증언했다”며 “이처럼 과거에도 검찰은 산 권력에 칼을 대곤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게 불가능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다른 한편, 권력비리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라임이니 옵티머스니 권력과 연루된 금융비리는 계속 터져 나오는데 올 초에 금융조사부를 해체했다”며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총선이 끝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후속수사에 관한 소식은 들을 수가 없다. 이번에 검찰인사를 거치면 아마 이 나라의 권력형 비리는 적어도 우리 눈앞에서는 완벽히 사라질 것이다. 각하의 업적”이라고 쏘아붙였다.

진 전 교수는 “그래도 과거엔 죄 지으면 군말 없이 감옥에 갔다. 요즘은 죄를 짓고도 투사의 행세를 한다”며 “‘검찰개혁’은 결국 조만대장경이 되어 버렸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 “국아, 이게 네가 말한 ‘검찰개혁’이냐?”고 물으며 “푸하하”라고 냉소했다.

조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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