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솔선守法]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

박재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계약갱신 요건·절차 등 충족땐

합리적 이유없이 거절할수 없어




근로계약서에 적힌 계약기간이 끝난 계약직 직원(기간제근로자)이 퇴직금까지 정산하고 원만히 헤어졌다. 그런데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접수됐으니 답변서를 제출하라는 통지서가 사용자에게 날아온다면, 쉽게 납득이 되는가? 만약 이런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거나 기간제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이라는 말이 낯설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기를 권고드린다. 기간제근로자라면 몰랐던 자신의 중요한 권리에 관한 것일 수 있다. 사용자라면 예상치 못한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것일 수 있다.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칭하는 법률용어는 기간제근로자다. 일상적으로는 계약직이라고도 부른다. 기간제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그 법에서 정한 예외 사유가 없는 한 기간제근로자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다. 2년을 초과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2년을 넘겨 사용하는 경우에는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기간 제한이 없어져서 정년까지 회사에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맺었다면 ‘원칙적으로’ 그 기간의 만료와 동시에 별도의 해고통보 없이도 근로 관계가 종료된다는 게 판례다(대법원 97다42489). 하지만 요즘 다수 법원의 판결이나 노동위원회의 판정 사례들을 살펴보면, 위와 같은 모습이 ‘원칙’이 아니라 오히려 ‘예외’가 아닌가 생각될 때가 많다. 근로계약 기간의 만료만으로 근로 관계가 종료됐다 판단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판례에 의해 도입된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현재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갱신기대권은 간단히 말해, 근로 계약상 정한 기간이 만료됐어도 다시 갱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가 근로자에게 인정된다면, 사용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인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는 내용의 법리이다(대법원 2009두3354).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대표적인 경우는 계약갱신의 요건이나 절차에 관한 사규나 근로계약이 있을 때다. 이를테면 평정등급 B 이상의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계약이 갱신된다는 식이다. 이외에도 면접 과정에서 사용자가 한 발언내용, 업무가 상시·계속적인지 여부, 계약갱신에 관한 노동 관행이나 선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갱신을 거절하려면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때 ‘합리적인 이유’는 근로자의 근무성적 저조, 경영난으로 인한 인력축소 필요성, 업무량 감소 등이 있으며, 입증할 책임은 사용자에 있다. 따라서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를 입증하지 못하면, 계약갱신 거절이 부당해고로 인정된다. 따라서 기간이 만료된 기간제근로자는 사용자로부터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받았을 때 갱신기대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사용자로서는 근로계약·사규·노동 관행 등에 의해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법적 리스크를 예방하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엔 거절의 합리적 이유를 어떻게 구성하고 증명할 것인지 미리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재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