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弗 한·미 통화스와프 조기 연장 왜?

지난 3월 체결된 6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가 계약 만료를 두 달이나 앞두고 전격 연장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지난 3월과 같은 국제금융시장 불안사태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외화 안전판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다.

30일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현행 통화스와프 계약을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기간은 당초 9월 30일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이번 조치로 내년 3월 31일까지 연장됐다. 한은은 외화자금시장 동향에 따라 경쟁입찰방식으로 외화 대출을 실시해 달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연장을 결정한 것은 만기 도래에 따른 불필요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는 9월 15일 FOMC가 한 차례 더 열리지만, 만기(9월 30일) 도래 직전인 만큼 시간적 여유를 갖고 계약 연장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 연준도 코로나19 사태가 현재 진행형인 만큼 통화스와프 연장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체결된 한·미 통화스와프도 6개월 한시적으로 시작해 1년 3개월 동안 유지된 바 있다.






한은 역시 그동안 미 연준과 통화스와프 연장 여부를 적극적으로 협의해 왔다. 최근 외환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불확실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3월부터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해 6차례에 걸쳐 198억7,200만달러를 공급했으나 자금 수요가 줄어들면서 5월 6일을 마지막으로 외화대출을 중단한 바 있다.

한은은 통화스와프 연장과 동시에 ‘환매조건부 외화채권(외화 RP)’ 매입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외화 RP 매입은 외국환평형기금과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금융사 보유 외화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방안이다. 한은에 외화 RP 매입에 필요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준비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시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 통화스와프 연장 조치로 국내 외환시장은 당분간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 3월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달러화 자금 조달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되면서 유가증권시장이 7.4%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3.1% 하락하는 등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불확실성 때문에 통화스와프 만기를 연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결과”라며 “통화스와프 만기가 가까워지면서 연장 여부를 둘러싸고 발생했을 불필요한 논란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