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고 땐 정부가 모든 책임"… ‘노 딜’ 위기 아시아나 국유화 될까?

HDC현산 "재실사 제안 무시, 심각한 우려"

선행조건 충족 의무에 대한 이견 커져

금호산업 "주장, 사실과 달라…협조해 달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계류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멈춰 서 있다./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020560), 금호산업(002990)이 인수·합병(M&A) 작업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HDC현산은 채권단을 비롯해 금호산업에게 아시아나항공의 재실사를 제안했다. 하지만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며 인수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아울러 금호산업이 선결조건 이행을 이유로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며 최후 통첩을 한 가운데 법적 소송까지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HDC현산은 ‘성공적 거래종결을 위해 다음달 중 재실사 개시 촉구’라는 입장문을 통해 동반부실과 과다한 혈세 투입을 방지하기 위해 재실사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HDC현산은 “지난 24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재차 표명하고 12주간의 재실사를 제안했다”며 “이를 무시한 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9일 계약해제 및 위약금 몰취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HDC현산과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놓고 이견이 생긴 부분은 ‘선행조건 충족 의무’에 대한 것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을 때보다 재무 구조가 급격히 악화된 점, 계열사 간 부당거래 의혹 등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 등을 이유로 재실사와 인수조건을 원점에서 다시 협상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 HDC현산은 금호산업이 선행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금호산업은 이에 전면 반박하며 러시아 정부의 기업결합심사 종결을 토대로 지난 14일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됐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어 금호산업은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에 지난 29일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됐으니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하는 등 계약을 이행하라”며 “8월 12일 이후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HDC현산은 계약이 해제되더라도 그 책임은 금호산업 측에 있어 계약금 반환절차 소송을 진행, 승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HDC현산은 재실사를 최대한 빨리 시행하는 것이 아시아나항공의 추가부실을 막고 국가의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라며 채권단이 참관하거나 공동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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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은 사실상 소송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이 M&A 재실사가 전례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지원하거나 국유화까지도 검토를 하겠다며 HDC현산 압박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 가능성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유럽에서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항공사의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이 국유화 될 경우 투자 등의 측면에서 다른 민간 항공사들 대비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인도 정부가 국유화한 에어인디아는 민간항공사에게 밀려 민영화를 추진했고, 아르헨티나 등 일부 국가에서 국영항공사의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국영화는 사고 발생 시 정부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등 후속적인 문제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매각이 무산됐을 경우 채권단 관리하에 들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 이후 매각을 재진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호산업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HDC현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금호산업은 7개월 동안 인수단을 파견해 정보 등 모든 협조를 제공했으며, HDC현산이 주장했던 계열사 지원 등에 대해서는 이미 보고를 한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금호산업은 실적 악화와 관련해서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영 환경이 변화한 것은 계약서 상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구성하는 사유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HDC현산이 협조를 하지 않는 등 신뢰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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