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기업

적자에도 '직고용' 하겠다던 인국공, 국민 호주머니 털어 메우나

코로나 쇼크 등 17년만에 적자폭 최대

내년부터 국제선 공항이용료 인상 검토

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여행객들의 인적이 뜸하다. 정부는 해외 유입을 통한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자 이날부터 90개 국가에 무비자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영종도=연합뉴스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여행객들의 인적이 뜸하다. 정부는 해외 유입을 통한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자 이날부터 90개 국가에 무비자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영종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일명 ‘공항세’로 불리는 국제선 공항이용료(PSC)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17년 만에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꺼낸 카드다. 하지만 대통령 공약을 이행한다며 2,100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을 직고용하는 등 상당한 추가 비용지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항 적자를 국민 혈세로 메우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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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경준 미래통합당의원실에 따르면 인국공은 지난 20일 비상경영대책회의를 열고 내년부터 국제선 공항이용료를 현 1만7,000원에서 3,000원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국제선 공항이용료는 2004년 1만5,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오른 뒤 16년 동안 유지돼왔다. 공항이용료는 유류할증료와 함께 비행기 티켓 값에 포함돼 있다. 공항이용료를 올리면 비행기 티켓 값이 비싸진다. 현재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면 공항이용료(1만7,000원)와 출국납부금(1만원), 국제질병퇴치기금(1,000원) 등 2만8,000원을 내야 하지만 내년에 공항이용료가 인상되면 이는 3만1,000원으로 늘어난다. 인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공항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돼 실무 차원에서 검토한 것”이라며 “정부 유관기관과 협의해야 해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해명했다. 유 의원은 “인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 상황임에도 대규모 직고용을 강행했다”며 “그 피해는 기존 직원들과 국민이 감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000원 올릴땐 4년간 3,400억 수입 늘어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6년 만에 국제선 공항이용료(PSC) 인상을 검토하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례 없는 변수로 재무상황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인국공은 내년부터 공항이용료를 3,000원 인상할 경우 오는 2024년까지 4년 동안 3,404억원의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인국공이 보안검색요원 등 2,100여명의 비정규직을 한꺼번에 직고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인력을 정규직화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비용을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충당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17년 만에 대규모 적자에도 비정규직 직고용

인국공이 지난 6월 기준으로 산출한 올해 예상 매출은 1조2,494억원으로 전년보다 55% 줄어들고 당기순이익은 3,244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7년 만에 적자다. 내년 당기순이익은 3,992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여객수요 감소분 등을 반영하면 내년에도 21억원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2,000명이 넘는 비정규직을 직고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재무상황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인천공항 측은 “기존 재원 범위 내에서 직고용을 하는 만큼 당장 큰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정규직에 대한 각종 수당, 복지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인국공은 현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가 소진, 임금감면휴직(1개월)을 통한 인건비 절감 방안도 검토했다. 올 8월부터 올해 말까지 1개월씩 교대로 직원 휴직을 권고하고 휴직기간 임금은 평상시의 70% 수준으로 지급하는 방안이다. 최대 휴직 직원은 현 인원의 30% 이내로 제한할 방침이다. 회사 사정이 어려운 만큼 자발적 단기휴직을 통해 고통 분담에 동참하라는 취지다. 인국공 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아직 사측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지 못해 공식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며 “다만 사측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거나 직원들의 희생만 강요한다면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리한 공기업 정규직 전환, 결국 국민 부담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공기업·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들이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인국공뿐 아니라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 등 전체 36개 공기업의 올해 정규직 직원(무기계약직 포함)에 대한 인건비 부담은 11조9,926억원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보다 1조7,181억원(16.7%) 급증했다. 2016년부터 7,000명 가까이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 도로공사의 인건비 부담은 올해 약 5,130억원으로 4년 전보다 무려 42% 늘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 3,000여명의 정규직 전환 등으로 인해 같은 기간 53% 넘게 증가했다.


이같이 급격한 인건비 상승은 결국 국민 부담 증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김성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직고용이 인국공의 공항이용료 인상 조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공기업의 비용 증가는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와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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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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