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눈앞에 두고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거의 복귀했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현재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려면 외국인 수급과 거래량, 기업 실적에 중요한 변화들이 동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17%(3.85포인트) 상승한 2,267.01에 장을 마쳤다. 장중 2,281.33까지 오르며 지난 1월20일 기록한 올해 장중 최고점(2,277.23)을 경신하기도 했지만 오후에 상승폭을 반납하며 전날에 이어 또다시 종가기준 연중 최고치(2,267.25)를 뚫어내지 못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면서 소폭이나마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최근 지수 상승세는 만만치 않지만 현재 고점 돌파 후 상승세 여부에 대해서는 자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외국인 수급과 기업 실적, 거래량 등에서 유의미한 움직임이 없다면 하단 지지선이 무너져 심리적 저항선만 더욱 공고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달러 약세에 힘입어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매수세를 늘려가고 있지만 대부분 반도체 등 전기·전자업종, 특히 삼성전자(005930)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업종에까지 외국인 매수세가 확산되지 않는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계가 있고 오히려 변동성만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달 들어 외국인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를 기록한 업종은 전기·전자, 음식료, 화학, 철강·금속, 유통, 의료정밀, 금융업이지만 이 중 80% 이상이 전기·전자업종에 몰렸고 전기·전자업종 중에서도 삼성전자에 2조7,000억원이 몰려 90%가 집중됐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외국인 순매수 전환이 코스피지수의 상승 기조를 강화시키겠지만 업종별 매수세 확산으로 추가 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래량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수는 전 고점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거래대금은 지난달 15일 기록했던 18조2,425억원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달 들어 거래금액이 가장 많았던 날은 28일로 17조5,170억원을 기록했다. 이달 하루 평균 거래액(13조257억원)도 전월(13조746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수와 거래대금이 함께 전 고점을 돌파하면 비교적 상승 추세가 안정적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변동성이 커지거나 중장기 고점대를 형성하게 된다”며 “거래대금이 의미 있게 상승하지 않으면 상승세 지속 여부는 다소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기업의 실적도 중요하다. 국내 상장사들은 2·4분기 어닝시즌을 보내면서 예상보다 선방하고 있다. 이런 ‘어닝서프라이즈’ 추세가 확산되고 3·4분기 이후의 전망치 하향 속도가 의미 있게 변화한다면 전 고점 돌파 후 유지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