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티티카카




잉카의 태양신이 어느 날 인간들의 비참한 생활을 불쌍히 여겨 아들인 망코 카팍을 티티카카 호수로 내려보냈다. 이 호수는 페루와 볼리비아에 걸쳐 있다. 태양신은 아들에게 황금 막대를 건네주면서 막대가 단번에 꽂히는 곳에 정착해 나라를 세우라고 지시했다.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티티카카에서 북쪽으로 수백㎞를 이동해 쿠스코에 정착했다. 잉카문명의 시조인 망코 카팍의 얘기를 담은 건국 신화다.

티티카카는 남아메리카 최대의 담수호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발 3,800m에 위치해 ‘하늘 호수’로도 불린다. 주변 안데스산맥에서 녹은 만년설이 흘러들어와 형성됐다. 호수 면적은 약 8,300㎢로 제주도의 4.6배에 달한다. 티티카카는 현지 토착어인 케추아어로 퓨마를 뜻하는 ‘티티’와 바윗돌 혹은 회색을 일컫는 ‘카카’를 합친 말로 ‘퓨마의 바위’라는 뜻이다. 호수 주변에 잉카인들이 숭배하는 퓨마가 많이 살고 있었던데다 잉카의 시조가 바위에서 출현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유래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1966년 미국의 유인우주선 제미니 8호가 이 호수를 찍었더니 실제로 퓨마가 토끼를 쫓는 형상으로 나타나 놀라움을 자아냈다고 한다.


이 호수에는 일종의 갈대인 토토라를 엮어 만든 인공섬 ‘우로스’ 등 40여개의 섬이 있다. 잉카제국 시절 핍박을 받던 우루족이 호수에서 배를 타고 생활하다가 공동체로 커지게 됐다고 한다. 볼리비아는 1879년 칠레와의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해 해안 지역을 잃어버리고 내륙국가로 남게 된 뒤에도 티티카카에 5,000여명의 해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관련기사



최근 티티카카 호수에 사는 왕개구리가 멸종 위기에 몰려 유엔과 환경단체 등이 본격적인 보호활동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지역의 수질 환경 문제가 심각한데다 사람들의 포획활동으로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지난 1930년대에도 토종 어종인 ‘티티카카 오레스티아스’가 미국산 송어에 밀려 멸종됐던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모쪼록 최적의 자연환경을 회복해 티티카카 왕개구리가 호수의 파수꾼으로 영원히 남아 있기를 기대한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