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으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며 유동성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LCC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고사 직전일 뿐 아니라 주요 주주들마저 자금난 등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LCC업계가 연쇄부도에 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089590)은 최근 유상증자의 일정을 한 차례 더 미뤘다. 제주항공은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규모는 약 1,584억원이다. 제주항공은 변경된 일정에 따라 오는 12일부터 우리사주조합의 청약에 이어 구주주 등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유상증자 일정을 두 차례 가량 연기했다.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의 인수 중단을 이유로 일정을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이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을 통보, 흥행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주주인 AK홀딩스는 724억원을 출자해 청약에 참여하고, 2대 주주인 제주도 역시 40억원 규모로 참여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주주들의 자금 확보, 이스타항공 인수 중단 논란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 등 복합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모기업인 AK홀딩스는 부채비율이 200%를 훌쩍 넘기는 등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재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 1·4분기에는 3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한 제주항공이 정부가 주재했던 이스타항공 인수를 중단함에 따라 추후 경영 활동 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에게 퍼지며 사실상 유상증자의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티웨이항공(091810)은 500억원 규모로 진행하던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중단했다. 최대 주주였던 티웨이홀딩스가 금융기관의 항공 관련 업종 취급 제한 여파로 자금 마련에 난항을 겪으며 청약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LCC들은 자금 마련을 위해 비교적 안정적인 주주 배정 후 실권주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대주주들이 이렇다 할 자금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투자 심리가 위축돼 시장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LCC들이 잇따라 유상증자에 차질을 빚으며 자금난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LCC들이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대거 줄도산 행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경우 유상증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한진칼을 비롯한 주주들의 지원 덕분”이라며 “투자자들이 LCC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더라도 코로나19 장기화에 영업 활동이 언제 정상화될 지 모르는 터라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