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백상논단]시장논리 반하는 부동산정책, 끝은 어딘가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시장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은 없고

정부 ‘고강도 수요억제책’만 남발

규제 일변도에 각종 역효과 부채질

시장 왜곡 바로잡을 대책 서둘러야

부동산 정책에 대해 서울경제에 세 번째 기고문을 쓰고 있는 필자의 심정은 착잡하다 못해 참담하다. 길을 잘못 들었으면 출발지로 돌아와 바른길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잘못된 길을 계속 가는 것에 더해 속도마저 더욱 빨라지고 있어 언제 낭떠러지로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2018년 2월 필자는 ‘시장을 이길 정부는 없다’라는 기고를 통해 부동산은 거의 전 국민이 참여하는 매우 크고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더라도 노련한 서핑 선수가 파도를 타듯 시장의 흐름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프랑스 혁명 당시 오르는 우유 가격을 잡기 위해 우유는 물론 사료 가격을 올리는 업자를 단두대에서 처형하자 공급이 급감해 우유 가격이 오히려 열 배로 치솟아 로베스피에르 정권의 몰락을 앞당겼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시장원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정책이 실패하면 시장을 활용하는 새로운 정책을 구사해야 하는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전혀 바뀔 기미가 없다. 필자는 2019년 12월 현 정부가 민간택지 상한제와 더불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라는 고강도 조치를 포함한 18번째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직후 ‘부동산 정책, 시장원리에 따라야 한다’라는 두 번째 기고를 했다. 부동산 정책의 난맥상은 무리한 정부 개입으로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으로 이를 해결하려면 단추를 모두 풀고 시장 흐름을 활용하면서 첫 단추부터 다시 잠글 것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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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장원리에 반하는 독주는 지속됐다. 급기야 지난달 31일 전월세 5% 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임대차 3법’이 해당 상임위 법안소위 심의도 생략한 채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를 통과해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민생과 직결된 법안을 야당을 배제하고 여당 의원들조차 그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본회의 의결을 강행한 것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다. 또 정부와 여당은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 양도세 및 취득세를 비롯한 거래세를 무차별적으로 인상해 주택보유자와 거래자 모두에게 ‘세금폭탄’을 던지고 있다. 여기에 행정수도 이전과 공기업 지방 이전 카드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규제 일변도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시장은 정반대로 반응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는 ‘청약 광풍’을 불러일으켜 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을 촉발했고, 재개발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공급 축소로 인한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으며, 고가 아파트에 대한 금융 대출 전면 금지는 실수요자의 발은 묶은 채 현금 부자의 ‘먹잇감’이 되게 했다. 이번에 발표한 전월세 상한제 역시 정책 발표와 동시에 전셋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을 야기하고, 행정수도 이전은 서울 집값 안정에 별 도움이 안 되면서 세종시 부동산 가격 폭등만 초래하고 있다.

도대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건전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가. 원인은 현 정권의 정책수립자들이 부동산을 시장이 아닌 정부 마음대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부동산 정책마저 실패한다면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첫째, 부동산 정책 실패로 강남 등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값은 치솟고 있으나 그 외 지역은 여전히 약세에 있어 부동산으로 인한 빈부 격차는 오히려 확대될 것이다. 둘째, 부동산 정책 실패는 정부가 보호하려고 하는 무주택자의 주택 장만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집값과 전세가가 모두 뛰는 반면 대출은 규제되면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 기회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2021년 4월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선거와 2022년 3월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는 하루속히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과 본질을 파악하고 시장친화적 정책으로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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