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정교해진 '아이언 걸'…유해란, 와이어투와이어로 2연패

유해란(19·SK네트웍스)은 지난해 ‘골프여제’ 박인비와 세계랭킹 1위 고진영 앞에서 트로피를 들었지만 태풍 영향으로 대회가 2라운드로 축소된 탓에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1년 뒤 같은 대회에 선 유해란은 일말의 아쉬움도 남기지 않았다. US 여자오픈 디펜딩 챔피언 이정은의 거센 추격을 뿌리친 끝에 첫날부터 끝까지 선두를 지키는 와이어투와이어 기록으로 대회 2연패와 통산 2승째를 챙겼다.



유해란은 2일 제주 세인트포CC(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72홀 최소타 우승 타이기록인 23언더파 265타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상을 탄 2위 이정은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상금 1억6,000만원을 받았다. 지난 시즌은 추천선수 신분이어서 올 시즌 신인 자격을 유지한 유해란은 신인상 포인트 1위를 굳게 지켰고 상금순위에서도 8위에서 5위(약 3억3,200만원)로 올라섰다. 삼다수 마스터스는 지난해 오라CC에서 세인트포로 코스를 옮겼지만 챔피언은 바뀌지 않았다. 신인의 타이틀 방어는 김미현·박세리·송보배에 이어 역대 네 번째이며 23언더파 265타는 2013년 MBN·김영주골프 여자오픈의 김하늘과 같은 KLPGA 투어 72홀 최소타 우승 타이기록이다.

2018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리스트인 유해란은 더 정교하게 갈고닦은 주특기 아이언 샷으로 코스를 정복했다. 5타 차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해 중반 이후 2타 차까지 쫓기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날카로운 아이언 샷이 핀 근처를 찌르듯 파고들었다. 2타 차로 쫓긴 12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 90㎝에 붙여 3타 차로 달아났고 13번홀(파4) 보기 뒤에는 14번(파4)·15번홀(파5) 연속 버디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09야드 거리에서 홀 1m, 91야드 지점에서 2m에 붙였다. 236m로 짧은 17번홀(파4)에서는 1온 시도 대신 아이언 티샷으로 끊어간 뒤 10m 버디 퍼트 성공으로 축포를 쐈다. 유해란은 4라운드에 버디 5개와 보기 하나로 4타를 줄이는 등 나흘간 버디 25개를 몰아치고 보기는 단 2개로 막았다. 대회 그린 적중률이 무려 87.5%(63/72)에 이르렀다.





3라운드에 버디만 7개를 쏟아부어 2위 이정은과 5타 차 선두로 도망갈 때부터 우승은 가까워져 있었다. LPGA 투어 멤버인 김효주가 “혼자 다른 골프장에서 치는 것 같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정은이 마지막 날 버디만 6개를 잡으며 맹추격했지만 유해란은 후반 들어 바짝 힘을 내 우승을 틀어쥐었다. 경기 후 유해란은 “작년에 우승하고도 행운의 우승이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최종 라운드까지 잘 마무리해서 실력으로 우승한 것 같아 더 기분 좋다”며 “초반에는 긴장해서인지 원하는 퍼팅 스트로크가 나오지 않아 계속 짧았는데 바람을 잘못 파악한 13번홀 보기 이후에 긴장이 좀 풀리면서 퍼트가 들어가 주기 시작했다. 이번 주 새 아이언을 들고 나온 것도 잘 통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인상 목표는 여전하다. 확실한 1위가 될 수 있게 더 열심히 쳐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 세계 1위인 박인비와 유소연은 나란히 11언더파 공동 15위에 올랐고 현 세계 1위인 고진영은 10언더파 공동 20위를 했다. 5개월 만에 공식 대회를 치른 박인비는 오는 20일 영국에서 열리는 AIG 여자오픈(전 브리티시 여자오픈)으로 LPGA 투어에 복귀한다. 상금 1위 박현경은 4언더파 공동 51위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