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의약품 위탁개발(CDO) 분야에서 경쟁사와 초격차를 낼 수 있는 첨단 기술력을 선보였다. 항체 의약품을 제조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세포주를 자체적으로 개발했는데 이 제품은 개발 속도를 타사 대비 약 1개월 가량 단축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는 5일 바이오제약 고객사 및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세포주 ‘에스초이스(S-CHOice)’를 공개하는 온라인 행사를 열었다. 삼성바이오는 그간 자체 세포주가 없어서 타사의 세포주를 받아야 했지만 이번 에스초이스 개발 성공 덕분에 독자적인 CDO체계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
세포주란 온도, 습도, 양분 등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 주면 무한하게 증식하는 세포다. 일단 세포주를 만들어 놓으면 배양을 통해 지속적으로 같은 세포를 만들어 연구자에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항체 의약품을 만드는 데 가장 기초적인 재료가 된다.
에스초이스는 타사 세포주보다 빠른 속도로 많이 번식해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다고 삼성바이오는 설명했다. 우선 세포 분열에 필요한 기간이 단축됐다. 기존 세포주는 24시간 가량 걸리는데 비해 에스초이스는 18~20시간이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바이오가 최근 도입한 최신 세포 배양기 ‘비콘(Beacon®)’으로 배양하면 불과 3개월만에 세포주를 개발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세포주를 활용한 업계 평균(4개월)보다 1개월 빠른 수준이다. 세포발현량 차원에서도 에스초이스는 타사 세포주 대비 두 배 가량 높은 우수성을 보였다. 에스초이스의 세포발현량은 개발 직후 기준 리터당 7그램 타이터(titer·배양액 속 항체량 수치화) 이상인 반면 대부분의 타사 세포주의 경우 상업 생산 시점 기준 리터당 약 3~4그램 타이터 수준이다. 이 세포주의 생존율도 유가 배양(fed-batch) 21일까지 90% 이상으로 업계 평균인 14일 대비 높은 편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포 생존율이 높을수록 대량생산에 투입될 고품질의 세포주를 보다 잘 선별할 수 있게 되고 이로 인해 생산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는 에스초이스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나 로열티 비용 없이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할 예정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에스초이스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글로벌 바이오제약 업계 보다 압도적인 속도와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에스초이스의 강력한 퍼포먼스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전 세계 의약품 공급 수요를 충족시키고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탁생산(CMO) 기업으로 출발한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7년 위탁개발 분야에 뛰어들었다. 당시 후발주자였지만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42개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올해는 최소 18개를 추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연내 미국의 대표적인 바이오클러스터인 샌프란시스코에 위탁개발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해 적극적인 현지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위탁개발은 전임상 등의 초기 임상까지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위탁생산의 전방사업에 해당된다. 이 때문에 위탁개발 계약은 향후 위탁생산 계약으로 연계되는 효과가 있다. 초기 임상과 생산을 모두 한 회사에 맡겨 효율성 극대화를 꾀하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위탁생산과 위탁개발 연계 물량을 2030년 30%, 2035년엔 5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상반기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누적 매출 5,149억원, 영업이익 1,437억원으로 영업이익 기준 지난해 실적을 이미 뛰어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오히려 수혜를 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