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중 2,350선까지 넘어서면서 사흘 연속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소외돼왔던 경기민감 업종들에 외국인들의 매수가 몰렸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일부 ‘성장주’나 ‘코스닥 주도주’로의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고 외국인을 중심으로 대형 경기민감주에 시중 유동성이 들어와야 국내 증시가 추가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아직 코로나19 관련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경기민감주의 지속적인 상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75포인트(1.33%) 오른 2,342.61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2018년 9월28일(2,343.07) 이후로 가장 높다. 이달 4일 올해 최고점을 넘어선 후 사흘 연속 연고점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증시 상승세는 그동안 소외됐던 자동차·철강·운송 등 경기민감주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현대차(005380)는 전날보다 1만500원(7.84%) 오른 14만4,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으로 2018년 5월21일(14만9,000원)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대모비스(012330)(4.71%) 등 자동차 부품주도 강세를 보였으며 현대제철(004020)(6.48%), 고려아연(010130)(5.39%), POSCO(005490)(3.61%)와 같은 철강·금속 관련 대형주도 모두 상승 마감했다. HMM(011200)(6.28%), 대한항공(003490)(4.93%) 등 운송 관련주도 전날보다 오른 채로 거래를 마쳤다.
경기민감주의 강세는 최근 경기 관련 지표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일 발표된 중국 차이신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8을 기록하며 2011년 2월 이후 9년 6개월만에 최고치를 보였고 현대차의 경우 올해 7월 미국 시장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1% 늘어난 5만7,677대를 기록하며 호조를 보이면서 회복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수급상 성장주들의 가격 부담이 작용하면서 단기적으로 순환매 차원에서 자동차·철강업종에 수급이 많이 유입됐다”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어제 42~43달러선에서 거래되는 등 원자재 시황도 나쁘지 않은데다 중국 차이신 PMI 등 경제지표도 잘 나오고 있다는 점도 반영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날 경기민감주들이 초강세를 보이자 시장에서는 코로나19 반등장에서의 특징이었던 성장주·중소형주·주도주 쏠림 현상이 누그러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다시 떠올랐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는 3월19일 1,457.64를 기록하며 저점을 찍은 후 현재까지 60.71% 올랐는데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99.4%나 상승했다. 그 사이 정보기술(IT) 플랫폼 산업의 대장주로 거론되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주가가 2.24배, 2.74배씩 상승했으며 국내 바이오 관련주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13배 올랐다.
최근 4개월간 국내 증시는 일부 성장주와 코스닥 종목에 의존해 반등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들 종목의 높은 가격이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앞으로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이전 증시 트렌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외국인 투자가들의 복귀’ 역시 성장주와 중소형주 중심의 기존 흐름이 바뀌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기민감주로의 온기 확산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민감주로의 이동은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하는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이유에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체계적인 위험이 많이 제거됐다는 판단이 서야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위험자산을 늘리게 될 텐데 아직까지는 이 같은 시그널이 없다”며 “8~9월은 지금 가격대에서 완만하게 흘러갈 거라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도 “딥 시클리컬(소재·산업재·경기소비재 등)의 키 맞추기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유동성에 의해 유일하게 움직이던 장세가 실적 장세로 변하는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