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여성들이 직장에서 햇수가 지날 수록 여성 선배가 점점 사라지는 것 때문에 불안해 하고, 특히 임신을 하고 육아 휴직의 공백기를 지나 회사에 복귀한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막막함을 느끼기도 한다고 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면서 주변에 롤모델이나 여성 선배가 없었던 분들께 이번 인터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ART 3. 튜터링 대표 김미희가 아닌 ‘인간 김미희’의 이야기,
“육아, 창업, 스트레스 속에서 독서가 큰 버팀목이었어요.”
- 회사나 서비스 소개는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대표님 개인은 어떤 사람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8살 딸을 키우는 워킹맘이에요. 제 인생에 있어서 저의 아이덴티티를 완전히 바꾼 사건이 두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아이가 생긴 일이고, 다른 하나가 창업을 한 것이에요.
창업을 하기 전에는 삼성전자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어요.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을 하다가 아이를 갖고 육아 휴직 후 복직을 하고난 후 ‘내가 주도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게 됐죠.
다른 데에서는 해본 적 없는 이야기인데, 스여일삶이니까 하게 되네요. 여자들이 차별을 많이 느끼게 되는 시점이 임신을 한 상태로 회사를 다닐 때, 그리고 아이를 낳고 육아 휴직 끝나고 복직을 한 후인 것 같아요.
저 역시 삼성에 있을 때 나의 능력을 충분히 인정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요. 출산 후 복직 했을 때 그 느낌을 가장 크게 받았어요. 그래서 직장인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하더라도 내 아이템을 가지고 내 인생을 사는게 낫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죠."
- 보통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 갈 때,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할 때 부모들이 가장 바빠진다고 하는데, 대표님은 아이가 손이 많이 갈 때 창업을 하신거네요?
"네, 창업을 했을 때는 아이가 만 3세로 가장 바쁜 시기였어요. 하지만 아이가 어릴 때는 함께 시간도 많이 보내야 하고, 가장 예쁜 시기인데, 물론 지금도 예쁘지만요.(웃음) 인생의 한 번 뿐인 이 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이랑 저녁 시간은 무조건 같이 보낸다는 원칙을 세우고 무조건 칼퇴했어요. 저희 회사가 10시 출근 7시 퇴근인데 7시에 칼퇴근해서 아이랑 충분히 시간 보내고 직접 재우고 그 다음에 나머지 일을 하는 루틴을 만들었어요.
창업 초기에는 아이와 함께 잠들고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하다가 회사에 오고... 저녁에 퇴근해서 다시 아이를 보는 일과 육아의 반복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개인 취미나 개인 생활은 아예 없었어요. 그런데도 그 자체로 행복했어요. 몰입이 주는 행복감이랄까요. 후회없이 몰입했기 때문에 그 순간 굉장히 행복했던 것 같아요."
- 말씀을 들으니 시간을 쪼개서 효율적으로 활용하셨던 것 같아요. 그러려면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한 것 같은데요. 대표님만의 건강 관리 비법이 있을까요?
"제가 건강하지 않아요.(웃음) 그래도 관리는 하려고 노력해요. 새벽에 일어나서 1시간 정도 공부를 하고 1시간 정도는 운동을 해요.
하지만 제가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 건강 관리 비법이라고 말씀 드릴 수가 없어요. 한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건강검진 받았을 때 속이 많이 안 좋다고 6,70대와 같은 상태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대표는 중대한 결정을 하는 순간에 자주 놓이기 때문에 멘탈 관리 만큼이나 건강 관리 또한 중요한 것 같아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어요."
- 새벽에 1시간 공부하신다고 말씀 주셨는데 어떻게 활용하고 있으세요?
"새로운 트렌드를 공부하기도 하고.. 특히 리더십 고민이 많은데, 결국 공부 밖에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직접 경험 못한 부분이 많아서 책으로 간접 경험을 하는 거죠. 요즘은 유투브나 이러닝을 통해서도 공부를 하고 있어요.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해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일기를 쓰거나 가급적 몸을 많이 움직이려고 해요. 일기 중에 긍정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은 브런치에 올리기도 하지만 좋지 않은 내용도 있어서 공개할 수가 없어요 (웃음) 그래도 일기를 쓰면 마음이 정리되더라고요.
청소를 하거나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 푸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또 할 수 있으면 사람을 만나요. 동일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환기를 하죠."
- 대표님의 페이스북이나 브런치를 보면 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은데, 요즘 읽고 있는 책이나 스여일삶 멤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 있으면 소개 부탁드려요.
"여성 리더십 관련해서는 유명한 책인데 페이스북 COO인 셰릴 샌드버그의 ‘린인'이 감동이 있어 추천드려요. 그리고 대니얼 코일의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책이 너무 좋아 리더들끼리 함께 모여서 ‘우리가 벤치마킹 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 팀은 어떻게 가야할까’ 라는 이야기를 ‘트레바리' 형식으로 했었어요.
창업과 관련해서는 창업을 하기 전이라면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을 추천하고 창업 한 후에는 ‘그로스해킹'을 추천해요. ‘그로스해킹’은 필독서 같아요.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마켓컬리 인사이트’와 ‘사장의 그릇'을 읽었고 얼마 전에 읽은 ‘그 회사는 직원을 설레게 한다 (Alive at work)’ 라는 책도 굉장히 좋았어요.
예전에는 조직문화에 대해 고민을 못했어요. 생존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신 없이 보냈는데 창업한지 4-5년차 되니까 조직 문화 자체가 실력이고 결과로 나타난다고 생각돼요. 정신 차리고 더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 여겨 시간 투자를 많이 해서 공부하고 있어요. 조직 문화에 대한 공부가 사람에 대해 공부하는 과정 같아요.
그리고 얼마 전에 이렇게 읽은 책들에 대한 메모를 혼자 보기 아까워서 ‘스타트업 틈독 ? 바쁜 리더들을 위한 틈틈 독서 시간’ 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을 스여일삶 김지영님과 함께 만들었어요. 읽은 내용 중 책을 발췌해서 공유하고 있으니까 책을 통해 압축적으로 지식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PART 4. 튜터링 김미희 대표의 ‘창업가 DNA’
“시간을 되돌린다면, 더 어린 나이에 창업했을 거에요.”
- 대기업에서 조직을 경험한 바가 창업하시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까요?
"회사 다닐 때는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많이 배웠어요. 스타트업에서 적용하는 린프로세스나 실험 조직을 만들어서 계속 시도한다는 것은 대기업에서는 상상할 수가 없었어요. 하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거의 못했으니까요. 창업은 대기업 조직과는 총체적으로 다른 환경이라 아예 밑바닥부터 공부하고 새로 다 배워야 하는 것 같아요.
반면 삼성에서 일하면서 갤럭시 시리즈를 몇 억명이 사용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목격하고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건 좋았어요. ‘내가 만든 서비스가 저렇게 쓰이는구나.’ 확신을 가질 수 있었죠. 그래서 ‘조금 더 규모있게 성장할 수 있어’, ‘충분히 가능해’ 와 같이 잠재력의 크기를 키울 수 있었고요.
회사나 조직을 경험하지 않은 분들도 창업을 하고 잘 맞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저는 안전주의자다 보니까 삼성에서 갤럭시 시리즈로 비즈니스 생태계를 접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고, 창업을 할 때 자신감과 확신을 주었어요.
물론 스킬이나 시스템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직원의 입장에서 큰 조직을 경험했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으로 조직에 대한 공감을 조금은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 조직 경험이 먼저냐 창업이 먼저냐 고민하는 20대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실까요?
"그렇게 고민하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솔직히 저는 조직 경험을 먼저하라고 조언을 해요. 창업을 당장 할 수도 있겠지만 조직에서 단 1-2년이라도 경험을 하면 어떤 방식으로 회사를 더 키울 수 있을지 지름길을 알게 되거든요.
하지만 모든 신입사원이 지름길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에요. 창업가 마인드로 입사를 하고 일을 대하고 또 ‘내가 창업하면 이렇게 해야지’ 하고 대입을 해 보는 거죠. 큰 대기업 보다는 성장하는 조직이 좋고, 만약 대기업이라면 신사업 분야가 배울게 많아 좋아요.
특히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라면 회사가 커지는 과정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부분까지도 타산지석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장점이 훨씬 큰 것 같아요. 젊기 때문에 1-2년 정도는 그런 경험을 쌓고 창업을 해도 충분히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에 비교하면 저는 창업을 굉장히 늦게 한 거죠. (웃음)"
-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다시 창업하시겠어요?
"시간을 되돌린다면 창업을 더 빨리 할 것 같아요. 결정을 너무 망설였거든요. 2009년 부터 고민을 시작했는데 2016년 정도에 창업을 했으니까요. 그 때 보다 훨씬 서둘러서 창업을 했을 것 같고 그러면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안 가졌을지도 모르죠."
- 창업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으세요?
"일을 굉장히 좋아해서 회사에 계속 있지 않았을까요? 일을 그만뒀다면 괴로웠을거예요...만약 회사 일을 계속 하지 않았다면... 박사 과정을 밟았을 수도 있겠어요. 연구하고 배우는 걸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지금하는 이 일이 가장 좋아요."
- 대표님이 생각하는 창업가 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창업을 하고 보니 ‘창업가 정신’에 굉장히 중요한 필수 요소가 많아요. 그 중에 하나라도 빠지게 되면 실패의 요인이 되기도 하는데요. 그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적 겸손함’과 ‘학습 열정’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이 분야를 잘 몰라’, ‘바닥부터 배울 자세가 되어 있어'라는 사람들이 창업가로서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과거의 성공이 발목을 잡기도 하는 것이 창업 생태계이기에 이런 지적 겸손함을 갖추고 계속해서 배우는 태도가 정말 중요해요."
PART 5. 스타트업 창업가이자 ‘엄마’로서의 삶
“육아가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 회사에 대표님처럼 육아와 병행해서 일하는 분이 있으신가요?
"네, 여러 명 있어요. 저희 회사가 여성 비율이 높거든요. 그리고 저는 워킹맘이랑 일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워킹맘이 리더가 되었을 때 확실히 차별화된 리더십이 있어요.(남자 분들을 차별하는 것은 아니구요.)
그렇게 느끼게 된 사례가 있는데요, 저희 CS 조직에 이탈자가 많았어요. 입사만 하면 한 달 내에 퇴사하는 경우가 반복 되었죠. 그러다 초등학생 3명의 아이들을 둔 분이 CS 부서의 리더가 되었는데, 오히려 조직이 탄탄해지고 실적도 굉장히 좋아졌어요.
CS 직원 한명 한명에게 캐릭터를 붙여주고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해주고 잘 하는 부분이 있으면 칭찬해주고 아이를 키우는 마음으로 케어를 하는 모습을 보았고 이러한 비슷한 케이스가 다른 팀에서도 여러 번 있었어요. 워킹맘이 주도하는 부서는 화기애애하고 분위기도 좋고 실적도 잘 나온다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죠. (웃음)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육아를 하면서 생기는 관점이 리더십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를 잘 키우려면 부족한 공감 능력도 키워야 하고 시간이나 체력과 같은 자원 할당이나 효율 적인 일처리 능력 등 여러 가지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이런 능력이 다년간의 육아를 통해 길러져요. 일종의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적응 능력이랄까요. 그런 장점이 리더십으로도 발현되지 않나 싶어요."
- 육아가 일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점이 된다는 것을 발견하셨네요.
"네, 엄청 큰 장점이라고 봐요. 많은 회사들이 관점을 좀 바꿔서 리더십 역량이 필요한 포지션에 워킹맘을 채용하면 좋겠어요. 저는 육아를 해 본 분들이면 그 부서는 문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팀원들을 어떻게 동기 부여시키고 어떻게 잘 리딩할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퍼포먼스도 따라 왔었어요. 이런 장점을 모르는 경영자들이 많을 것 같아요. 남자 경영자 분들은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저 또한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몰랐던 능력들을 엄마가 되고 나서야 발견하게 되었으니까요."
- 또 다른 강점도 있나요? 대표님의 사례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스타트업에서도 육아 경험을 살려 돌봄 서비스나 육아 관련 창업 사례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저는 아이의 영어 교육을 시키며 경험한 것으로 ‘튜터링 초등 서비스’를 런칭하게 됐어요.
딸아이 영어를 어릴때 부터 가르치면 좋을 것 같아 5살에 영어 유치원을 보냈는데요. 오히려 아이가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버렸어요. 그래서 바로 일반 유치원으로 바꾸고 한동안 영어를 아예 가르치지 않았는데 초등학생이 될 때 즈음 굉장히 불안한 기분이 들었어요.
집에서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기도하고 여러 서비스를 접해봤지만 아이의 공부를 챙긴다는 건 정말 힘들었어요. 저와 비슷하게 아이들 영어교육으로 고통받으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웃음)"
아이만 행복한게 아니라 엄마의 시간도 아껴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제 경험과 주변 학부모들의 여러 의견들을 모아 ‘튜터링 초등’ 서비스를 준비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영어마을’이라는 컨셉으로 8월에 런칭 준비를 하고 있는 튜터링 초등은 영어 독서부터 1:1 원어민 회화까지 PC, 태블릿만 있으면 아이들이 ‘쉽고 편하게 영어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서비스에요. 비슷한 고민을 가지신 분이라면 한 번 경험해 보시길 바래요."
- 제가 알기론 튜터링의 튜터 분들 역시 워킹맘이나 싱글맘이 많다고 들었어요, 초등 서비스의 튜터들은 어떤가요?
"튜터링 초등의 경우 영어를 가르쳐주는 튜터 타입에 글로벌 네이티브 튜터도 있지만 한국인 튜터도 있어요. 다양한 분들이 튜터로 계시지만, 특히 영어를 잘하고 가르칠 능력이 있는데 경력이 단절되신 분들을 적극적으로 환영해요.
튜터링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 파트타임으로도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이 기업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좋은 분들이 튜터로 활동하시면서 커리어를 이어나가셨으면 좋겠어요.
작년에 튜터 컨퍼런스를 마닐라에서 개최했는데요, 전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튜터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어요. 100여명 정도가 모였는데 그 중에 워킹맘과 싱글맘이 많았어요. 많은 튜터들이 튜터링에서의 일을 단순한 파트타임이 아니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고, 엄청난 열정으로 일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아이들을 데려와서 함께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더 많은 경력 보유 여성 분들이 튜터링을 통해 새로운 삶의 동력을 찾으시기를 바라요."
- 요즘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들은 ‘엄마’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 대표님 또한 워킹맘으로서 조언해 주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자신만의 원칙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일부는 포기를 해야 해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저는 아이랑 최대한 시간을 많이 보내기 위해 평일 저녁은 항상 비워둔다는 자신과의 약속이 있었어요. 그래서 스타트업 업계에서 평일 저녁에 많이 하는 행사나 네트워킹 모임에 가지 않았어요. 또 회사가 초기 단계일 때 대표가 해야하는 일이 정말 많은데 평일 저녁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만큼 더 낮 시간에 회사에서 압축적으로 일하려고 노력했죠.
이렇게 원칙을 세우고 그걸 지키려고 애쓰다 보면 죄책감이 덜어져요. 물론 저도 아이랑 낮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때도 있고, 잘 못 챙겨주는 것도 많아요. 심지어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갔는데 준비물도 아이 더러 직접 챙기라고 하는 걸요.
하지만 같이 시간을 보낼 때는 온전히 아이에게만 집중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죄책감을 덜고 있어요. 오히려 엄마가 프로페셔널하게 일하는 모습이나 좋아하는 일을 해내는 모습을 보며 아이한테 긍정적인 롤 모델이 되고 있어요. 일하는 엄마라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어요."
- 여성이 조직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 회사가 여성 비율이 높고 여성 리더의 비율도 다른 스타트업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높은데요. 그건 오히려 여성 분들을 객관적으로 보기 때문이에요.
우리에게 주어진 24시간을 일하는 시간과 개인 시간으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일하는 시간은 컨트롤 하기 어렵지만 개인 시간은 어떻게 시간을 활용할지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여성들이 육아에 시간을 뺏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육아를 하시는 분들은 술자리나 저녁 만남들을 최대한 줄여요. 그런 시선으로 보면 비교적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죠.
육아 휴직 같은 공백에 대해서도 저도 비슷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육아 휴직 후 다시 회사로 복직하고 이직을 생각했을 때 뭔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 싶은 고민도 있었고 창업을 한 다음에도 회사가 망하면 어떡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은 스스로가 곧게 서 있는 방법 밖에 없었어요.
저도 채용을 하다 보니 많은 이력서를 접하게 되요. 공백이 있는 분이 여성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남성 분들도 있어요. 건강이 안 좋아서 쉬기도 하고요. 공백 기간에서 본인이 본인 스스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가 중요한 거지 여자라서, 아이가 있어서 불리하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 요즘에는 가정과 일을 양립하는게 힘들 것 같아서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는 것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으세요?
"저는 집안일을 많이 포기하고, ‘좋은 엄마’라는 의미를 완전히 바꿨어요. 아이를 정말 사랑하고 시간을 즐겁게 보낸다면 좋은 엄마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가 바빠서 아이를 제대로 못 챙기고 학원이라던가 교육에 대한 부분을 잘 못 챙겨도 오히려 아이가 자기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바른 습관만 잘 길러주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저도 아이가 분리불안이 심했을 때도 있었고 장기 출장을 갈 때는 죄책감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아이가 귀찮아할 정도로 사랑을 퍼주면 상황이 역전되는 것 같아요.
아이한테는 압축적으로 사랑을 주는 절대 시간을 확보하고 일은 조금은 조정을 해서라도 어려운 시기를 엄마가 스트레스 받지 않게 보내는 것이 중요해요. 엄마의 스트레스는 아이가 그대로 느끼니까요.
한 때는 ‘내가 만약에 남자였거나 싱글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싱글이면 대박이다! 그러면 엄청 더 성공했을 것 같은데…,그 시간을 더 갈아 넣을 수 있잖아!’ 이런 거죠.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하루에 아이와 압축적으로 보내는 시간이 3시간인데 그 3시간을 아껴서 사업을 한다고 해서 지금보다 얼마나 더 성공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차라리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리프레쉬 된 감정들... 그리고 저 스스로 인간적으로 제 영혼이 채워지는 느낌을 많이 받거든요. 그런 감성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절대 육아는 손해가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관점을 바꾸니 아이의 존재가 더 고맙게 느껴지고요. 아이로부터 오는 행복감이 기여하는 다른 영역이 분명 있어요. 아이가 주는 행복 에너지를 받아 일을 더 잘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일로 인해 아이를 포기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 아이를 낳고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초기에 많은 여성들이 회사에 복귀하기 어려워하고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부분은 아무래도 사회 전반적인 돌봄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봐요. 저는 다행히 친정 부모님이 아이를 돌봐주셨어요. 저희 집에 출퇴근하면서 돌봐주셔서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는데 이건 말 그대로 ‘운’이 좋았던 경우고요..
앞으로 미래 사회를 생각하면, 돌봄 시스템을 잘 갖추는 것은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여성들이 육아가 어려워 아이를 안 낳게 되고, 향후 우리나라의 우수한 인적 자원이 줄어드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요."
- 마지막으로 대표님을 바라 보며 이 글을 읽고 있을 예비 여성 창업가와 스타트업 생태계의 여성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회사 다닐 때보다 스타트업 업계에 오고 나서 ‘여성이라서 불리해’라는 생각을 오히려 해 본적이 없어요. 왜냐하면 시장은 누구에게나 정말 공평해요. 시장에서 판가름 나는 것이 마치 투명하고 공평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창업은 어렵고 힘들지만 너무 두려워 마세요, 스타트업 업계에서 여성이라서 가질 수 있는 강점이 분명 있고, 워킹맘의 강점도 크기 때문에 도전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오히려 요즘 일하면서 설레일 때가 정말 많아요. 지금의 ‘진짜 나’로 살기 위해서 10년 정도 회사 다니면서 연습한 것 같아요. 그 때가 수습생이었으면 창업 후에 진짜 나로 살고 있는 느낌이에요."
일을 하는 즐거움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 여성에게는 ‘결혼' 과 ‘임신' 그리고 ‘육아'라는 높은 언덕들이 있는데요. 그로인해 막연한 두려움에 결혼이나 아이 낳기를 주저하거나 미루기도 하는 예비 워킹맘 또는 예비 여성 창업가들에게 한 발 먼저 앞 발을 내 딛은 인생 선배로서 용기와 격려를 보내는 김미희 대표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시간이었어요.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넘어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대표로서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를 나눠 주셔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본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기를 바라고 더욱 더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꿈꾸며 튜터링도 함께 응원합니다.
/이서령·신연선 스여일삶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