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기자가 공모해 여권의 비리를 캐려 했다는 ‘검언(檢言) 유착’ 의혹이 사실이 아닌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반면 집권세력과 공영방송이 한 검사장 등을 내쫓기 위해 ‘권언(權言) 유착’을 했다는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는 5일 검언 유착 의혹 관련 MBC의 첫 보도가 있었던 3월31일 방송 직전에 “정부 고위관계자로부터 ‘한동훈 검사장을 내쫓는 보도가 나간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내용을 페이스북에 잠시 올렸다. 일부 언론이 이를 보도하자 고위관계자로 지목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6일 “(권 변호사와의) 통화 시간은 MBC 보도가 나간 후 1시간 이상 지난 오후9시9분”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권 변호사는 “전화를 받은 시점은 오후9시쯤으로 기억의 오류가 있었다”면서도 “한 위원장이 윤 검찰총장과 한 검사장을 꼭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권언 유착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5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한 검사장의 ‘공모’ 혐의를 넣지 못하고 ‘수사 계속’ 입장만 밝혔다. 관련 증거를 찾지 못함에 따라 검언 유착을 기정사실화하며 수사를 밀어붙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KBS는 지난달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공모를 의심할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가 하루 만에 사과하면서 사실상 오보임을 인정했다.
KBS의 오보와 권 변호사의 증언 등 권언 유착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들은 늘어나고 있다. 만일 집권세력이 윤 총장과 한 검사장을 밀어내기 위해 검언 유착을 조작하고 방송에 개입한 게 사실이라면 국정농단 행위다. 서울중앙지검이 연루돼 스스로 밝히기 어려운 만큼 국회가 특검을 선정해 권언 유착의 진위를 가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