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쫓아내야 한다'라는 말은 안한 것 같다" 한상혁·권경애 진실공방 가열(종합)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관련 MBC 보도를 둘러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 선후배 간의 진실공방이 치열하다.

사건은 권경애 변호사가 지난 5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MBC의 한동훈과 채널A 기자의 녹취록 보도 몇 시간 전에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는 호소(?) 전화를 받았다”며 “날 아끼던 선배의 충고로 받아들이기에는 그의 지위가 너무 높았다.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니 말이다”라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후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대통령과 회의를 하고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한 위원장은 6일 곧이어 입장문을 내고 “MBC 보도 직전 전화를 했다는 권 변호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권 변호사에게 전화를 한 시각은 MBC 보도 이후인 오후 9시9분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권 변호사의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권 변호사는 “3월31일 한상혁 위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시각은 오후 9시경이 맞다. 통화를 마친 몇 시간 이후에 보도를 확인했기에 시간을 둘러싼 기억에 오류가 있었다”며 통화 시각이 MBC 보도 이후임을 인정하면서도, “한 시간 반 가까이 이어진 그날의 통화 중에는 ‘윤석열이랑 한동훈은 꼭 쫓아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뒤늦게 확인한 MBC 보도에서 한동훈 검사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는데도, 보도 직후에 그의 이름이 언급이 되어서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며 “이런 내용을 지인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야권에서도 ‘권언유착’ 의혹에 힘을 실었다. 미래통합당은 MBC를 둘러싼 권언유착 의혹 사태에 대한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역시 “MBC 보도를 전후하여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미 지현진-최강욱-황희석의 ‘작전’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라며 “한 위원장은 통화를 한 것이 보도 이후라고 하나, 그 말이 맞는다 하더라도 3월31일 MBC 보도에는 아직 한동훈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의 얘기가 나오는 것은 4월 2일 보도로, 거기서도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한 위원장은 다시 한 번 재반박에 나섰다. 그는 권 변호사가 입장문을 낸 직후인 6일 오후 3시40분경 취재진과 만나 “기억이 잘 안 난다. (권 변호사와 통화 중에) 한동훈 얘기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 얘기는 안했다”며 “검찰의 강압적 수사행태를 얘기하다 보면 한동훈 얘기가 나올 수 있고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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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통화 내용에 ‘한동훈을 쫓아내야 한다’는 발언이 포함돼 있었다는 권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쫓아내야 한다’는 말은 안 한 것 같다”며 “검찰수사의 강압성에 대해 아는 변호사와 얘기를 나눈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MBC가 익명으로 보도했는데 어떻게 (대상이) 한 검사장인 것을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그게 한 검사장이란 건 다 알고 있었다”며 “그 보도 보고 한동훈이라는 것을 몰랐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윤석열(오른쪽) 검찰총장이 지난 2월 13일 오후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윤석열(오른쪽) 검찰총장이 지난 2월 13일 오후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한 위원장의 두 번째 해명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진 전 교수는 “권경애 변호사가 지인과 메시지(텔레그램)를 주고받은 것은 그 통화가 이뤄진 직후. 지금으로부터 약 4개월 전의 일”이라며“ 그때 이 상황을 미리 예상해 권 변호사가 미리 거짓말을 해 두었을 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지인과의 대화 속에 ‘쫓아내야 한다’는 말이 등장한다면, 그 말은 한상혁 위원장이 실제로 한 말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또 한 위원장이 ‘부산’ 얘기도 했다고 한다. 후에 공개될 부산녹취록 속의 대화를 가리키는 듯 하다. 적어도 최강욱-황희석이 MBC와 작전을 벌이는 동안 상황을 서로 공유했다고 볼 만한 정황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권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 한 위원장은 통화에서 “윤석열이랑 한동훈은 꼭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권 변호사가 “촛불 정권이 맞냐. 그럼 채동욱 쫓아내고 윤석열 내친 박근혜와 뭐가 다르냐,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어떻게 쫓아내느냐. 윤석열은 임기가 보장된 거고. 윤석열 장모는 수사 하면 되지 않느냐”고 답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장모나 부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김건희를 잘 안다. 윤석열도 똑같다. 나쁜 놈이다. 한동훈은 진짜 아주 나쁜 놈이다. 쫓아내야 돼”라고 했고, 권 변호사는 “한동훈 등등은 다 지방으로 쫓아 내지 않았냐”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한 위원장은 “아예 쫓아내야지. 한동훈은 내가 대리인으로 조사를 받아봤잖아. 진짜 나쁜 놈이다”라고 말했고, 권 변호사는 “수사 참여할 때 검사가 좋아 보일 리가 있나. 뭐가 그렇게 나쁘다는 거냐”고 물었다.

한 위원장은 ‘뭐가 그렇게 나쁘냐’는 권 변호사의 질문에 “곧 알게 돼”라고 답했다고 한다.

조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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