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연예 뉴스에 이어 스포츠 뉴스에서도 댓글 서비스를 종료한다. 지난달 죽음을 맞이한 고유민 선수가 생전에 악성 댓글(악플)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체육계에서 선수들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포털사이트에 해당 기능에 대한 개선을 요청한 바 있다.
네이버는 7일 자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네이버 스포츠 뉴스의 댓글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측은 “2007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 스포츠는 기쁨과 아쉬움을 나누는 공간으로 이용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최근 악성 댓글 수위와 그로 인해 상처받는 선수들의 고통이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을 넘는다고 판단했다”면서 댓글 서비스 중단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난 2013년 좋은 댓글 작성자에게 포인트를 부여하는 ‘스포츠 댓글 사용자 등급’을 도입해 우수 댓글 양산에 힘을 쏟고, 지난해에는 네이버 서비스 중 최초로 ‘인공지능(AI) 클린봇’ 서비스를 적용해 악성 댓글 차단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AI 클린봇은 욕설이나 비속어가 들어간 댓글을 탐지해 자동으로 블라인드 처리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 적용에도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댓글 서비스 폐지’라는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계 “악플로부터 선수 보호해달라”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3일 네이버·다음·네이트에 스포츠 기사의 댓글 기능 개선을 요청했다. KOVO 측은 “최근 포털사이트 내 연예 기사의 댓글 기능이 폐지된 만큼, 연맹은 선수 인격권 침해 방지를 위해 스포츠 기사의 댓글 기능 개선을 요청했다”며 “일부 소수 악성 댓글이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 이로 인한 선수들의 정서적 고통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을 맡고 있는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도 지난 3일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 폐지를 공개 요청했다. 유 회장은 페이스북에 “단순한 충고를 넘어선 인격 모독성 비난, 특정인에 대한 근거 없는 여론몰이식 루머 확산 등은 선수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하루하루 선수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되새기며 많은 부분들을 감내하는 선수들을 위해 심각한 악플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달 중 폐지…AI 클린봇2.0도 적용
아울러 스포츠 외에 다양한 영상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네이버TV’에도 AI클린봇2.0을 도입하고 채널 운영자에게는 댓글 영역 ON·OFF 설정 권한을 부여한다.
네이버 측은 “현재 스포츠 서비스에서 자주 발견되는 댓글의 유형을 면밀히 분석해 악성 댓글은 노출을 자동 제어하는 기술을 추가 개발 중”이라며 “댓글이 중단되는 동안 이를 고도화하고, 그 실효성이 담보되면 댓글 중단 해지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네이버는 지난해 4월 ‘AI 클린봇’을 적용한 바 있다. 올해 6월에는 비속어를 포함하지 않았더라도 모욕적인 표현이나 무례한 댓글까지 탐지할 수 있도록 개선된 ‘AI클린봇 2.0’을 선보였다. 또 올해 2월에는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했다.
카카오도 지난해 10월 포털 다음의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를 종료했고, 네이트도 지난달 폐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