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셋값이 지난달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초저금리 속에 정부와 여당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이 달 들어서도 전세 가격 경신 행진은 지속됐다. 한국은행은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할 수 밖에 없어 전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전셋값 오름세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9일 KB국민은행의 부동산 통계정보에 따르면, 전국 주택의 전세가격 지수는 지난달 100.898(기준 100=2019년 1월 가격수준)을 기록해 전달 보다 0.56% 상승했다. 이는 아파트 3만1,800가구와 단독주택 2,500가구, 연립주택 2,000가구 등을 대상으로 전세 가격을 조사한 결과다. 7월 전세가격 지수는 통계가 처음 작성된 1986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1986년 이전 전세값은 지금보다 현저히 낮았기 때문에 사실상 역대 최고치다.
전세가격 지수는 2018년 11월 100.045로 올랐다가 이후 2019년 9월(99.245)까지 10개월간 하락세를 보이다 상승세로 돌아섰다. KB의 주간 전세가격 지수 역시 지난 3일 기준 101.2로 한 주 전보다 0.11% 오르며 최고치를 다시 썼다. 서울 아파트만 따지면 전셋값 상승 속도는 더 빨랐다.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격 지수는 지난달 102.437로 사상 최고로 지난해 12월(100.141)과 비교하면 올 들어 약 2.3% 올랐다.
앞서 한은은 유경준 미래통합당 의원이 서면으로 ‘주택 매매가 및 전세 가격 전망’을 묻자 “전세가격의 경우 하락요인보다 상승요인이 우세하다”고 답한 바 있다. 임대인의 월세 선호로 전세 공급이 감소하는 반면에 전세 수요는 금리 하락에 따른 전세대출 여력 증가와 신도시 입주를 위한 대기 등으로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의 내용이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 시행되면서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올린 것도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꼽고 있다.
목돈 마련이 급한 임대인이 아니면 월세를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시장 상황은 저금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 6월 시중 은행의 저축성예금 금리 평균은 연 0.88%에 머물러 1억원을 예치하면 이자 수입은 1년 88만원에 불과했다. 반면 부동산 시장에서 형성된 전월세 전환율은 서울 지역 4∼5%, 수도권 5∼6% 수준으로 예금 금리와 최소 4배 가량 차이를 보여 자금 여유가 있는 임대인은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