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비중은 전체의 26%(농촌경제연구원, 2019년 기준)다. 인구로 환산하면 대략 1,500만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 중 약 30%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시대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병들고 아플 경우는 치료비와 의료장비 부족으로 가족처럼 챙기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고령화로 암에 걸려 죽는 반려동물도 많아졌다.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법(MRI) 촬영 등 100만원 안팎의 비싼 암 진단 비용 탓에 치료 시도조차 못 하는 경우도 많다.
‘바이애틱(Biattic)’은 바로 반려동물의 암 진단 비용과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벤처기업이다. 지난 2018년 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개암 진단 키트 솔루션인 ‘애니스캔(ANISCAN)’ 출시한 후 최근 인공지능(AI)으로 더 고도화된 두 번째 버전을 새로 내놨다. 9일 본지와 만난 방동하(사진) 바이애틱 대표는 “항체에 반응하는 바이오마커(진단 키트에 나타나는 생물지표)를 1개에서 2개로 늘리고 지난 2년간 전국 1,400곳의 동물병원의 임상 결과를 AI로 학습시켰다”며 “10만원 이내의 비용으로 반려견의 조기 암 진단 정확도를 90%까지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바이애틱은 지난 2015년 설립 당시부터 최고 수준의 진단 키트 제조 기술로 주목받았다. 서울대 수의학 박사 출신으로 성균관대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방 대표를 중심으로 한 개발진은 다수의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급 논문과 ‘개의 암을 검출하기 위한 장치 및 방법’에 특허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방 대표는 “암과 같은 질병에 대항하는 항체를 정량화해 진단 키트에서 검출하고 이를 빅데이터로 AI에 학습시켜 분석하는 기술은 우리가 최고”라며 “KDB산업은행 연합벤처펀드로부터 투자를 받고 정부의 창업도약패키지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도 기술력 덕분”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이제 애니스캔에 딥러닝을 접목한 결과, 진단 결과가 나오기까지 12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러 키트에서 동시에 검사가 가능한 것은 바이애틱의 강점이다. 방 대표는 “암처럼 심각한 질병은 정도에 따라 항체 반응이 세밀하게 차이가 난다”며 “하지만 AI가 이를 감지하고 학습해두면 진단 속도와 정확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애틱은 미개척지였던 반려동물용 진단키트를 넘어 사람 질병에도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암 종류별로 각각 24개의 진단 키트가 있는데 이를 바이애틱만의 다중 분석 방식에 적용하면 여러 암을 더 빨리,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강원대학병원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임상 데이터를 공유해 사람의 암, 당뇨병 등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 고도화에 나섰다. 또 분자진단, 항원 검사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 진단 키트도 항체를 활용하면 정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 중이다. 방 대표는 “인간 질병의 항체 반응은 오히려 동물보다 임상 사례가 많아 정확도가 높다”며 “세계 최고의 암 진단 키트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