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계속된 기록적 폭우로 전국 각지에서 비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가 중점 추진했던 4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은 섬진강 제방이다. 지난 7일과 8일 남부지방에 쏟아진 집중 호우로 섬진강 제방이 붕괴됨에 따라 정치권과 온라인 일각에서는 섬진강 일대에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아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는 말이 나왔다.
반면 낙동강과 영산강 제방도 유실됐다며 4대강 사업의 홍수 억제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섬진강 범람은 제방 관리가 미흡했기 때문이지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1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천창녕보 상류 둑이 붕괴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고 “4대강사업 안 해서 섬진강 범람 운운하던 통합당, 합천창녕보가 물 흐름을 막아선 낙동강 둑이 무너졌으니, 뻘쭘해지겠다”고 적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 예산 22조원을 투입해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에 대형 보 16개를 설치한 대표 사업이다. 물을 가둬 가뭄을 예방하고, 강 바닥에 쌓인 흙을 퍼내 홍수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섬진강은 낙동강과 영산강 등과 함께 ‘한국의 5대강’으로 분류되지만, 4대강 사업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전날 “4대강사업이 없었으면 이번에 어쩔 뻔 했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4대강 사업 끝낸 후 지류 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4대강에 설치된 보를 때려 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고도 했다.
국토교통부 관료 출신 송석준 통합당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국적 수해를 보며 4대강정비를 안했다면 우리사회가 얼마나 더 처참해졌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그렇게 목놓아 4대강사업을 반대하던 분들이 작금의 상황을 보고 무슨 말을 할까 궁굼하다. 4대강에 이어 진작 지천정비에 신경썼어야 할 정부가 너무 오래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 들어서 물관리를 일원화를 하겠다며 국토부에서 홍수관리 등 수자원 업무를 환경부로 가져갔다”며 “그 후 이렇게 홍수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관리에 많은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지금에서라도 무산됐던 4대강 지류·지천 정비사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번 물난리가 나면 본류보다 지류·지천이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홍준표(전 자유한국당 대표) 무소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4대강 지류·지천 정비 못하게 막더니 이번 폭우 피해가 지류·지천에 집중돼있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여당은 이러한 야당의 공격이 근거가 없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래통합당 일부에서 섬진강 등에 4대강 사업을 했다면 이번 물난리를 막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며 “4대강 사업의 폐해는 이미 온갖 자료와 연구로 증명되었다. 이런 식으로 한다고 해서 당신들의 과오가 용서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4대강 논쟁에 한마디를 보탰다. 그는 “낙동강도 터지고 영산강도 터졌다”며 “4대 강의 홍수예방 효과가 없다는 게 두 차례의 감사로 공식 확인된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4대강 전도사 ‘이재오’씨도 4대강 사업이 사업이 홍수나 가뭄대책이 아니라, 은폐된 대운하 사업이었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했다”며 “통합당이 덮어둬야 할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내야 새삼 욕만 먹는다”고 적었다.
4대강을 둘러싼 논쟁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로, 현재 진행형이다. 강 바닥 준설은 본류가 담을 수 있는 물 용량을 늘려주는 만큼 홍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옹호론과 보 건설이 본류 수위를 높여 오히려 홍수 예방에 부정적이란 의견이 여전히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