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만삭 아내 살해 사건’의 용의자인 남편이 파기환송심에서 살인죄가 아닌 금고 2년을 선고받으면서 이자를 합한 100억원 이상의 보험금이 남편에게 지급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대전고법 형사6부(허용석 부장판사)는 10일 남편 이 모(50) 씨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죄를 물어 금고 2년을 선고했다. 살인을 전제로 적용된 보험금 청구 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사망에 따른 보험금 95억원 중 54억원은 일시에 나오는 게 아닌 데다 피고인 혼자가 아니라 다른 법정 상속인과 나눠 지급받게 돼 있다”며 “아이를 위한 보험도 많이 가입했던 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었다고 보이는 점 등 살인 범행 동기가 명확지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고의 사고를 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졸음운전으로 주의를 기울여 운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치사죄를 적용했다.
이 씨는 2014년 8월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 부근에서 자신의 승합차를 운전하다가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아 동승한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당시 24세로 임신 7개월이었던 이 씨 아내 앞으로는 11개 보험사에서 총 26개의 보험이 가입돼 있어, 사망시 95억원 상당의 보험금 지급이 가능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보험사들이 짧은 기간 여러 개 사망보험에 가입하거나 소득 수준 대비 과도한 수준의 보험료를 납입하는 가입자를 탐지하는 보험사기탐지시스템(FDS)을 갖추기 전이었다. 그나마 이 씨 및 유족을 만난 보험설계사가 이들의 태도를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알렸고 이후 수사가 시작됐다. 이 씨는 1심에선 무죄, 2심에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2017년 대법원은 다시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세를 임신한 아내를 살해할 급박하고 명백한 동기가 입증되지 않은데다 고의 사고를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도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안타까운 점은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보험사기 의도와 직접적인 증거를 수집할 기회마저 놓쳤다는 점이다. 이 씨는 아내 사망 몇 시간만에 화장장을 예약할 정도로 신속했고 경찰은 부검 기회를 놓쳤다. 11개 보험사에 26개나 되는 보험이 가입돼 있었는데도 경찰은 중복 가입 사실도 뒤늦게 확인했다.
현재 이 씨는 보험사들을 상대로도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살인죄 판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온 보험사들로선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로 이번 판결이 민사재판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기 사건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번 사건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는 점에서 보험사기 대응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민사소송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파악해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