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발칙한금융]14조 부산시금고, 제안서 마감 D-7..예측불허 한판

은행, 주·부금고 복수지원 가능

‘주금고 수성 올인’ 부산은행에

국민·농협銀 전략적 협업 가능성

신규 신설 배점 '지역재투자'주목




부산광역시 ‘시금고’ 제안서 마감일이 D-7일로 다가오면서 지방은행과 시중은행 간 막판 ‘눈치작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 예산규모(세입예산)만도 14조원에 달해 서울시 다음으로 세입이 많은 지방자치단체다. 광역 지자체 평균보다 1조5,690억원이 많은 시금고 지정인데다 올해부터 주금고(1금고)와 부금고(2금고) 간 복수지원이 가능해져 은행 간 불꽃 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20년 넘게 주금고를 지켜왔던 BNK부산은행에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 도전하는 모습이지만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간 전략적 협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예측불허의 한판이 되고 있다.

11일 부산광역시와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시는 오는 18일까지 금융사들로부터 금고지정 신청서를 접수받는다. 2개 금고에 대한 운영권을 약정하는 것으로, 이번에 선정된 은행 또는 금융사는 2021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4년 간 금고지기를 맡는다. 지난해 기준 부산시 1금고 예산 예치금액은 10조3,046억원, 2금고 예치금액은 2조5,966억원이다. 올해 예산은 이보다 8,7982억원 증가한 13조7,805억원이다. 광역 자치단체 평균 세입예산 12조2,115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은 한편 20년 넘도록 빗장이 걸려 있던 주금고에 시중은행이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광역시청부산광역시청


주금고 경쟁은 부산은행과 국민은행 간 2강 구도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부산은행은 2001년 이후 4년마다 치러지는 유치 경쟁에서 5회 연속 주금고를 놓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확산되자 지역 중소기업에 3,000억원 금융지원에 나섰고, 긴급재난지원금 선불카드 발급, 지역화폐인 ‘동백전’ 발행을 부산시와 호흡을 맞추며 추진했다. 지역 대표 은행에 대한 지역 여론의 신뢰가 두터워 시민단체의 지지성명을 받기도 했다. 이에 맞서 국민은행도 매섭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간 부산은행 ‘아성’에 부금고라도 확보하기 위해 주금고 도전 자체를 하지 않았지만 복수지원이 가능해지면서 이번에는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다. 캐피탈을 앞세워 리스 차량 소재지를 부산으로 대거 옮겨와 4년 동안 취득세와 자동차세 등 지방세 수입에 1,000억원을 기여한 점을 내세우고 있다. 농협은행은 부금고 탈환에 무게를 싣고 있다. 2001년부터 12년 내리 부금고를 관리하다 2013년 국민은행에 자리를 내줬다. 절치부심하며 수년간 40억원을 들여 부산시민공원에 ‘농협숲’을 조성하는 등 부산 지역 여론에 공을 들였다. 전국권 금고망을 가진 노하우도 최대한 부각시킬 방침이다.


금고 지정 평가항목에 ‘지역재투자’ 배점이 신설돼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이들 은행의 경쟁은 더욱 달궈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점수만 7점으로 지역발전을 명분으로 은행이 지자체에 전달하는 협력사업비 관련 배점(2점)의 2배 이상이다. 부산시는 지역재투자 현황에 대한 금융위원회 평가결과와 지역에 위치한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실적 및 계획 등을 합쳐 점수를 합산할 예정이다.



가장 큰 변수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주·부금고에 같은 은행이 동시에 사업자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민·농협은행 간 전략적 협력 관계가 점쳐지는 배경이다. 부산은행이 주금고에 ‘올인’하는 상황에서 국민은행이 주·부금고를 동시에, 농협은행이 부금고에 전력을 다할 경우 부산은행을 따돌리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부산시 금고지정 설명회에 참석하고도 여전히 관망 중인 하나·신한·우리은행의 전격적인 참여도 막판 변수로 꼽힌다.

한편, 지난해 금고지기를 다시 정한 대구, 경북, 경남, 충남 등 주요 지자체들도 기존 은행을 재선정했다. 최근 안산시는 농협은행에 재차 금고 운영권을 맡겼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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