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장마로 전국이 9년 만에 최악의 물난리를 겪고 있는 가운데 각종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남해안에 상륙한 제5호 태풍 ‘장미’는 큰 피해 없이 한반도를 지나갔지만 오는 16일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150㎜의 집중호우가 이어질 전망이다.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로 이날 오후7시30분 기준 33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부상자는 8명으로 전날과 같았다. 앞서 7일 오전11시30분께는 강원 춘천시 서면 의암댐에서 인공수초섬 고정 작업을 하던 경찰선과 고무보트·행정선이 잇따라 전복됐다. 이 사고로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다. 소방당국은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같은 날 오후8시30분께는 전남 곡성군 오산면의 한 주택이 산사태로 매몰돼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8일 오전11시48분께는 전북 남원시 이백면에서 70대 여성이 실종됐다가 배수로 밑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앞서 같은 날 오전10시50분께 경남 거창군 주상면에서 80대 남성이 산사태로 토사에 매몰돼 숨졌다.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면서 이재민도 급증하고 있다. 누적 이재민은 11개 시도에서 4,379세대 7,608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1,635세대 3,063명은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하천 범람과 산사태 등의 우려로 임시대피소로 대피한 사람도 4,819세대 1만210명으로 집계됐다.
시설피해도 잇따르면서 2만4,203건으로 늘었다. 사유시설은 주택 5,926동, 비닐하우스 5,824동, 축사·창고 2,521동이 침수됐다. 공공시설에서는 도로·교량 5,223개소, 하천 1,023개소, 저수지·배수로 449개소, 산사태 1,134개소 등의 피해가 접수됐다. 농경지도 2만7,466㏊가 침수되거나 유실되는 등 계속되는 폭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피해시설물의 복구 작업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전국 시설피해의 응급복구율은 57.8%를 기록했다.
중대본은 이날 저녁에는 집중호우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겠지만 오는 16일까지 수도권과 전북에 최대 150㎜의 폭우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12일부터 16일까지 막바지 장맛비가 중부지방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중대본 관계자는 “기록적인 장마로 인해 각종 인명피해와 시설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16일부터는 장마가 끝날 것으로 보이지만 남태평양에서 발달한 태풍이 다시 한반도로 향할 가능성이 있어 피해 예방 및 복구를 위해 가용인력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