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치료를 담당하는 인력 3명 중 1명은 ‘번아웃’(소진) 상태에 처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 19 장기화가 예상된 만큼 지속가능한 의료자원 대책이 필요한 대목이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와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제2차 경기도 코로나19 치료·인력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1일부터 29일까지 경기도 코로나19 담당 인력 1,11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총 621명이 설문에 응했다. 설문 결과 이들의 47.6%는 5개월 이상 코로나19 업무를 지속하고 있었다. 평균 업무 기간은 4.9개월, 최장은 240일이었다.
일평균 근무시간은 5.82시간, 일평균 휴식 시간은 1.58시간이었다.
역학조사관 등 현장대응직의 근무시간은 7.21시간, 선별진료소 업무 등을 맡는 보건소 공무원의 근무시간은 6.31시간으로 치료 팀(병원 간호사 5.67시간, 간호사 외 의료진 5.24시간)보다 길었다.
업무가 길어지면서 번아웃을 호소하는 인력도 상당했다.
번아웃을 구성하는 3대 요소인 ‘감정적 고갈’, ‘냉소’, ‘효능감 저하’ 모두 기준값 이상인 인력이 전체의 33.8%를 차지했다. 특히 업무로 인한 감정 고갈을 겪은 인력이 많았다.
감정 고갈 정도는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연령대별로는 20대, 직종에서는 현장대응직에서 높게 나타났다.
유 교수는 “코로나19 치료와 방역 인력들이 장기간의 업무로 정서적인 탈진 상태에 놓여있다”며 “일에서 성취가 아닌 냉소감과 낮은 효능감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받아든 방역 성적표의 뒷장이자 이면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치료 및 방역 인력의 69.7%는 코로나19 업무와 관련해 울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어리다고 업무를 부당하게 배정받거나 욕설과 사과 등을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민원, 모든 탓을 의료진이나 공무원에 돌리는 책임 전가 등의 상황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울분을 터뜨렸다는 답변은 역학조사관 등 현장대응직에서 유의하게 더 높았다.
유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로 코로나19 인력의 높은 울분 경험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안전하고 공정한 코로나19 근무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