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최근 격화되고 있는 ‘4대강 논쟁’에 대응하기 위해 “경남 합천창녕보를 수해복구 현장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합천창녕보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낙동강에 지어진 보로, 낙동강 둑이 무너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래통합당 일부 의원들이 제기하고 있는 ‘4대강 긍정론’을 반박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풀이된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0일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낙동강 부분은 지금 4대강 때문에 홍수가 난 것 같다. 이런 것을 쟁점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합천창녕보를 수해복구 현장으로 선정하는 안을 보고했다.
합천창녕보는 4대강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낙동강에 만들어진 보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낙동강 본류 제반이 지난 9일 폭우로 무너지면서 반대론자들은 합천창녕보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보가 물흐름을 방해해 강물 수위가 높아지면서 강둑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수압이 올라갔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4대강 찬성론자들이 섬진강 제방 붕괴를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라며 ‘낙동강 유효론’의 근거로 들고 있다면 합천창녕보는 ‘4대강 무용론’의 근거인 셈이다.
민주당의 합천창녕보 방문 검토는 앞서 정진석 통합당 의원이 “4대강 사업을 끝낸 후 지류 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으로 볼 수 있다. 9일 정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문재인 정부, 이대로 4대강 보를 부술 것이냐’는 글을 올려 “4대강 사업이 없었으면 이번에 어쩔 뻔했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밝혔다.
이에 다른 한 지도부 의원은 “4대강 문제를 정치적 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듣고 있던 이해찬 대표는 “홍수의 원인이 4대강이냐 아니냐 하는 정치적 논쟁에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수해복구에 전념해야 될 때”라며 합천창녕보 방문 계획을 일축했다. 이 대표는 “당에서 4대강 문제를 다룬다면 정치 문제가 되는 것이니 정부에서 진상조사를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 대표가 ‘쟁점화’에 선을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는 4대강 이슈를 끌고 가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최고위원 후보들이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당 대표 후보인 박주민 의원은 11일 합천창녕보를 직접 방문했다. 박 의원은 통합당을 겨냥해 “4대강이 합천창녕보의 홍수에 미친 영향에 대해 반드시 규명해야 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실패한 업적을 미화하려고 하는 듯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김부겸 당 대표 후보 역시 SNS를 통해 “4대강 사업을 하고 보를 설치한 영산강과 낙동강에서도 제방이 터졌다”고 지적했다. 최고위원 후보인 노웅래 의원은 “집중폭우로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 이 마당에 4대강 사업 예찬론을 들고 나온 통합당에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 세월이 흘렀다고 진실이 덮어질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