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물관리 일원화 ‘구멍’…물난리, 결국 官災였다

댐·하천·저수지 담당 제각각 예산마저 축소…수해 더 키워

13일 충남 금산군 제원면 대산리 침수 피해 현장에서 한국타이어 직원들이 수해 복구를 위해 일손을 보태고 있다.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정책이 제대로 정비되지 못해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연합뉴스13일 충남 금산군 제원면 대산리 침수 피해 현장에서 한국타이어 직원들이 수해 복구를 위해 일손을 보태고 있다.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정책이 제대로 정비되지 못해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연합뉴스






사상 최악으로 꼽히는 이번 수해(水害)는 정부의 물관리 정책이 헛돌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년 전 대부분의 물관리 기능을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하는 물관리 일원화를 진행했지만 부처 간 이기주의와 조직관리 미비로 이번 사태가 초래됐고 이는 결국 관재(官災)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더해 과거 여야가 4대강 보 설치 효과를 놓고 자기편에 유리한 논리를 원용하며 정쟁을 일삼다 지류와 지천에 대한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해 수해 규모를 키웠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13일 “4대강을 두고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다 보니 지류와 지천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물관리 정책에 대한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으면 홍수가 날 때마다 관련부처들이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도 이날 “물관리 일원화를 환경부가 맡는데 실제로 환경부는 수질 관리만 하고 수량 관리는 국토부에 일부 남아 있다”며 “일원화도 안 되고 책임만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물관리 기능의 상당 부분을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옮겼다. 기능 통폐합보다는 조직 통폐합에 방점이 찍히면서 ‘맹탕 일원화’ ‘반쪽짜리 일원화’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그랜드플랜은 마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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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이기주의와 밥그릇 챙기기로 물관리 일원화는 사문화됐다. 다목적댐과 용수전용댐은 환경부와 수자원공사, 전력댐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이 맡고 있다. 하천관리는 국토교통부, 전국 저수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어촌공사·지자체가 담당한다. ‘따로국밥’ 정책의 전형적인 사례다.

물을 관리하는 치수(治水)예산은 쥐꼬리 수준이거나 되레 쪼그라들고 있다. 서울경제 분석 결과 2010년 1,435억원이었던 치수능력증대사업 예산은 올해 327억원까지 줄었다. 10년 만에 77%나 급감한 것이다. 환경부의 물환경과 물통합 예산은 각각 2조400억원, 1조6,000억원에 달하지만 수자원 예산은 2,900억원으로 전체의 3%에 불과하다.

김성준 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앞으로도 대형 수해사태가 터질 수 있다. 시대에 맞춰 댐 운영의 룰을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며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물관리 시스템도 이번 기회에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능현·조지원기자 nhkimchn@sedaily.com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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