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 털어놓는 회사 생활부터 미래 사업계획까지 시시콜콜 담아낸 B2B 기업의 유튜브가 화제다. 그간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홍보서 한 발짝 물러서 있던 이들은 트렌드를 바짝 좇으며 기업가치 향상을 꾀하고 나섰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009150)는 최근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 ‘출근했습니다’, ‘제품소개 쌤(SEM)’ 등 다양한 유튜브 시리즈를 게재하며 밀레니얼 세대 공략에 열심이다. 삼성전기는 카메라모듈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을 주력사업으로 한다. 첨단 스마트폰이나 반도체 등에 들어가는 전자 부품 제조사인만큼, 일반 소비자들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 회사가 올린 영상 일부는 조회수 10만회에 육박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화려한 MLCC가 5G를 감싸네’처럼 전문가가 아니면 클릭하기 어려운 제목의 영상은 실무자가 직접 복잡한 기술원리를 설명하는 ‘쌤(SEM)’으로 등장하며 회사의 주력제품을 소개한다. 이뿐이 아니다. 갓 입사한 사원이나 중고참 직원까지 직급과 부서가 다른 이들이 브이로그 형식으로 회사에 머무는 시간을 솔직히 보여주는 영상도 눈길을 끈다.
기업 공식계정의 근엄을 벗어던진 영상들도 일반일들의 입소문을 탔다. 창사 50주년을 맞은 삼성SDI(006400)는 사사(社史)를 재밌게 전달한다는 취지 아래 ‘진정한 반 백 년의 야심작’이란 제목으로 트로트곡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었다. 이 회사는 복고 감성을 적극 활용하면서 과거의 음악·공연 콘텐츠를 가리키는 최신은어 ‘탑골공원’과 사명을 합쳐 탑골스디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SK그룹의 SK하이닉스(000660)와 SK E&S도 유튜브 계정에 공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SK하이닉스는 일부 콘텐츠를 제외하면 전문배우를 활용해 TV 광고 뺨치는 고(高)퀄리티 영상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유머러스한 내용으로 주목받았던 ‘눈력자들’은 조회수가 3,000만회에 달한다. 구독자도 35만명을 훌쩍 넘으며 ‘B2B 유튜브 홍보 교본’으로 명성을 쌓고 있다. SK E&S도 실무자가 등장하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에너지 이지 클래스’ 등 솔직담백한 영상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들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유튜브를 활용한 홍보에 나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미래사회의 주축인 밀레니얼과의 소통 촉진, 그리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영향이 그 답이다. 유튜브 제작·기획 업무를 맡은 기업 관계자들은 공식 홈페이지 같은 기존 채널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축소되면서 새로운 채널 확보 차원에서 계정을 관리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유튜브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취업준비생들도 채용 정보를 얻기 위해 유튜브를 들어가는 시대”라며 “홈페이지나 브로셔보다 생동감 넘치고 기억에 오래 남는 콘텐츠 채널로서 유튜브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대규모 취업 설명회를 열기 어려운 상황에 마주하면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B2B 기업이 유튜브 콘텐츠 생산과 확산에 열을 올린다는 설명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에는 여러 대학을 찾아다니며 채용설명회를 했지만 이제는 오프라인 홍보는 꿈도 못 꾼다”며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B2B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유튜브에서 펼쳐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