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이 파산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인수자를 찾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자금난에 운항증명(AOC) 재발급이 어려워진데다 항공기의 안정을 보증하는 감항증명서 마저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여기다 노조원들이 민주노총 탈퇴를 주장하며 ‘노노’갈등마저 이어지고 있다. 대내외 악재가 M&A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인수자 2곳과 법정관리를 전제로 인수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최근 노조와 만나 매각주관사를 선정해 이르면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일단 이스타항공은 인수자를 찾은 뒤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다. 신종코로나감염증(코로나19)로 수익회복이 불가능 상황에서 이대로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청산절차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경영진은 인수자를 찾은 뒤 법정관리에 들어가 부채를 일부 정리, 회생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제주항공(089590)의 인수 무산 후 재매각을 위한 선제조건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일단 지난 3월부터 전 노선 운항 중단(셧다운)을 했던 이스타항공이 운항재개를 추진하고 있지만 자금과 인력문제에 가로막혔다. 최근 이스타항공은 국토교통부에 운항증명서(AOC) 재발급을 받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는 한편, 협력사들의 운영을 독려하기 위한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이 AOC를 복귀하기 위해서는 100억원에 달하는 자금과 인력이 필요해 국토부가 재발급할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현재 국토교통부는 이스타항공에게 정비인력 감소, 정비항목 미이행 등을 이유로 감항증명서 연장을 위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감항증명서는 민간항공기의 사고를 막고 안전을 보증하는 것으로 항공기 운항에 필수적인 요소다.
이런 상황에서 노노갈등까지 심화되고 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제주항공 인수가 무산된 뒤 현 조종사 노조 집행부에 반감을 가지며 노조를 탈퇴하고 있다. 노조 집행부가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이익만을 내세우며 회사가 오히려 어려워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원 내부에서는 집행부가 민주노총에 독단적으로 가입했다며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90억원에 달하는 카드사들의 소송전도 발목을 잡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스타항공을 상대로 코로나19에 따라 취소된 항공권의 환불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다. 카드사들은 소비자에게 먼저 항공권 대금을 환불한 뒤 이스타항공 또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던 제주항공에게 돌려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제주항공의 인수가 무산된 데 이어 이스타항공이 환불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하청업체들에게 지급하지 못한 미지급금 관련 소송도 잇따를 전망이다. .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정부 지원도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운항재개를 전제조건으로 최소 100억원의 정부지원금을 요청했지만 노선 특혜 배분 등의 의혹에 휩싸이며 정부지원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또한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임·횡령 혐의, 자본시장법 위반 및 자녀 편법 증여 의혹 등이 제기됐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뚜렷한 자구책 마련을 못할 경우 항공 면허마저 취소돼 1,500명의 직원이 대거 실직 위기에 놓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