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부 교회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야심 차게 준비했던 지역축제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역대 최장 장마로 9년 만에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데다 코로나19까지 재차 확산되며 지역경제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부산시는 이달 말 열 예정이던 ‘명지시장 전어축제’를 20년 만에 처음으로 취소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행사를 진행할 경우 집단감염 확산이 우려된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올 하반기로 한 차례 연기됐다 다음달 개최할 예정이던 ‘해운대 청소년 축제’도 취소됐다. 부산의 여름 대표 축제인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과 ‘부산 자갈치 축제’는 일찌감치 취소됐다.
오는 10월 열릴 예정인 ‘동래읍성 역사 축제’와 ‘영도다리 축제’도 취소 수순에 들어갔고 12월에 개최하기로 했던 ‘을숙도 전국 국악 경연대회’ 역시 취소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자 발생 시 전국적인 파급에 대한 염려와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올해 축제는 취소하고 내년 축제를 위한 발전 방안을 마련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서울·수원·화성시와 10월 공동개최하기로 했던 왕실 퍼레이드 축제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행사를 내년 4월로 연기했다. 이 행사는 정조대왕이 서울 창덕궁에서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묘인 화성 융릉까지 59㎞를 행차하는 것을 재현하는 대표적인 축제다.
경기 파주시는 10월과 11월 임진각 일대에서 열기로 했던 ‘파주·개성 인삼축제’와 ‘파주 장단콩 축제’를 취소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꽃 축제인 ‘2020 고양 국제 꽃 박람회’도 9월26일부터 10월11일까지 일산호수공원 등에서 개최하기로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면 취소됐다.
충청의 지역축제도 연달아 취소되고 있다. 세종시는 10월 계획했던 ‘제8회 세종 축제’ 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내년으로 연기했다. 세종시는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종시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고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에 수해 등이 적잖은 상황에서 축제를 강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경북 청송군은 대표 축제인 ‘청송사과 축제’를 열기로 했다가 최근 고심 끝에 취소를 결정했다. 매년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 사과 수확철에 개최되는 이 축제는 올해 처음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격상돼 개최될 예정이어서 사과 재배 농민 등 지역민의 기대감이 매우 높았다. 전북 임실군도 10월 개최할 예정이던 ‘임실치즈 축제’를 이날 전격 취소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고령층이 많은 지역적 특성과 지금까지 감염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임실의 청정 이미지를 고려해 취소를 결정했다.
주요 지자체들이 대표적 먹거리 산업인 지역축제까지 취소하면서 각 지자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역대 최장 장마로 인한 수해까지 겹치면서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비수도권의 경기침체는 수도권에 비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기준 수출 증가율은 수도권이 -17.9%를 기록한 반면 동남권과 호남권은 각각 -36.7%, -41.4%를 기록했다. 고용 분야에서도 5월 실업자 수 증가율은 수도권이 9.6%로 나타나 한자릿수에 머물렀지만 비수도권은 14%를 기록했다. 같은 달 취업자 수 증가율도 수도권은 -1.2%로 나타난 반면 비수도권은 -1.7%를 기록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영향을 더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