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사는 게 참, 참말로 꽃 같아야

박제영

선인장에 꽃이 피었구만


생색 좀 낸답시고 한 마디 하면

마누라가 하는 말이 있어야

선인장이 꽃을 피운 건

그것이 지금 죽을 지경이란 거유

살붙이래도 남겨둬야 하니까 죽기 살기로 꽃 피운 거유

아이고 아이고 고뿔 걸렸구만

이러다 죽겠다고 한 마디 하면

마누라가 하는 말이 있어야

엄살 좀 그만 피워유

꽃 피겠슈

그러다 꽃 피겠슈


봐야 사는 게 참, 참말로 꽃 같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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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는 생의 절정에서 단 한 번 꽃을 피우고 죽는다. 백 년 만에 꽃을 피우는 용설란도 가장 높고 화려한 꽃차례를 하늘 끝까지 밀어 올려 꽃 폭죽을 터트리고 죽는다. 서산 너머 떨어지기 직전의 태양도 한껏 눈부신 빛을 쏘아 올린다. 소빙하기 감당하기 어려운 추위를 살아낸 알프스의 가문비나무는 세계적인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되었다. 모든 꽃은 불안 속에 피어난다. 죽을 만큼 힘들다면, 최고의 절정을 통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는 게 참 꽃 같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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